[한경에세이] 미술감상으로 관찰력 훈련을
미술과 친해지면 좋은 점이 많은데도 미술을 멀리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며칠 전 한 지인이 미술관을 방문해 흥분된 목소리로 경험담을 전해줬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줍기’는 워낙 유명해서 복제품으로도 여러 번 봤고, 원작도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해 직접 감상했어요. 그런데도 그림 뒤편 오른쪽의 말을 탄 지주(地主)가 농부들을 지켜보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관장님이 펴낸 책 속의 작품설명을 읽고 뒤늦게 그것이 보였어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이삭줍기’를 여러 번 봤던 그이의 눈에는 왜 배경에 있는 지주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 그이는 그림을 봤을 뿐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보는 것과 관찰을 혼동하지만 둘은 다르다. 대충 훑어보고 지나치는 수동적인 보기와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탐색하는 관찰에는 차이점이 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 탐정 셜록 홈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관찰력의 대가로 둘의 차이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는 명대사를 남겼다.

창의성의 시작인 관찰은 호기심, 인내심, 집중력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록들도 있다. 인도의 명상가이자 철학자인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관찰하고 바라보아라. 우리는 책이나 심리학자, 학식이 많은 학자, 교수들보다도 바라보기에 의해 우리 자신에 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생각의 탄생》의 공동저자 미셸 루트번스타인과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관찰력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그림,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을 직접 만들거나 감상하는 것이다. 미국의 시각인지전문가 에이미 허만은 의대생을 대상으로 미술작품 연구를 통해 환자를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과 뉴욕시 경찰관의 직무훈련 과정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으로 하는 이색프로그램을 운영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도 미술감상을 관찰력 훈련으로 활용하는 시도가 생겨나면 좋겠다.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