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졸업생 네 명 중 한 명이 백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한 서울대 대학원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서울대는 매년 1000명가량의 박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그중 20~30%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는 1999년 대학원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국가 차원의 지원 사업인 ‘두뇌한국21(BK21)’ 사업의 지원을 받기 위해 학부 정원 감축을 약속했다. 대학원 역량을 강화해 세계 수준의 연구대학이 된다는 명분에서다. 1998년 4910명이던 학부 입학 정원은 2017년 3300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대학원 정원은 늘었다.

하지만 서울대 대학원 상황은 암담하다. 서울대 박사들의 취업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2015년 8월과 지난해 2월 졸업한 서울대 박사 학위 취득자 1212명 가운데 미취업자 비율은 23.6%(작년 상반기 기준)에 달했다.

2014년(31.9%)보다 줄긴 했지만 10.4%에 불과했던 2005년과 비교하면 박사 실업률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서울대 내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못한 탓”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백화점식 학제를 그대로 두고 대학원 역량을 높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