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다짜고짜 핵심기술 내놓으라니"…한국 떠나는 토종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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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기업 첫 미팅서 "기술 공개" 황당
비밀유지계약 요청엔 차일피일 미뤄
"서로 존중하는 생태계 조성해야"
대기업 첫 미팅서 "기술 공개" 황당
비밀유지계약 요청엔 차일피일 미뤄
"서로 존중하는 생태계 조성해야"
![[스타트업 리포트] "다짜고짜 핵심기술 내놓으라니"…한국 떠나는 토종 스타트업](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01.13337223.1.jpg)
센서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 B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역시 대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회사로 초대했더니 만나자마자 제품부터 뜯어보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이 회사 대표는 “기술을 보고 싶으면 비밀유지협약(NDA)부터 맺자”고 했으나 대기업 측에서는 “결제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일단 기술을 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회신이 없었고 기술 유출을 우려한 스타트업 대표가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한 뒤에야 NDA를 받을 수 있었다. B사 대표는 “이 외에 제품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이 찾아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보라’거나 ‘우리 회사 가치가 100억원이 넘는데 몇 억원 줄 테니 기술을 통째로 넘기라’는 식으로 대기업과는 안 좋은 기억이 많다”고 토로했다.
물론 모든 대기업의 사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하드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만나다 보면 비슷한 하소연을 털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풍토에 염증을 느낀 스타트업 중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많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해외 기업은 먼저 자기네 기술을 보여주고 오히려 우리에게 NDA를 요구하며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기술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좋은 제조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세계 최대 전자쇼(CES)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글로벌 전시회에서 뽑은 우수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이 한둘씩은 꼭 끼어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들이 한국 경제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윤선 IT·과학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