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기업 탈취 장려하는 상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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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17개 국가서 차등의결권
한국선 이재용 의결권 역차별
버핏 보유 B주식은 의결권 200배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한국선 이재용 의결권 역차별
버핏 보유 B주식은 의결권 200배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근대 초기의 주주권은 지금의 1주1표와는 달리 1인1표였다. 지분은 주주가 아니라 ‘동업자들’에게 균등 분할됐다. 증권시장이 발달하고 출자지분의 매매가 이뤄지면서 서서히 1주1표가 정착됐다. 길드는 그런 과정을 거쳐 주식회사로 전환됐다. 중간 단계에서는 ‘신중한 중위투표’라고 부르는 과도기도 있었다. 주식 2개 보유를 허용하되 의결권은 1.5개만 인정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의결권은 서서히 주권으로부터 분리됐다.
1주1표는 한국 상법 제369조 규정이다. 너무 낡았다. 대주주 주식 1주에 10개, 100개, 심지어 100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 17개국이다. 스웨덴은 특히 전체 상장기업의 62%가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상당수 국가에서는 상속세도 없다. 한국은 대주주의 1주1표조차 박탈하고 대기업 상속세는 65%로 세계 최고다. 대주주를 축출하고 기업을 탈취하자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이다.
스냅이라는 미국 회사(스냅챗의 모회사)의 기업공개가 다음달이다. 창업자인 20대의 에번 스피걸(26)과 보비 머피(28)는 5조원대의 자산가 반열에 오른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일반에 공매하는(IPO) 주식엔 의결권이 없다는 것이다. 아예 1주0표다. 그래도 원매자가 줄을 섰다. 시가총액은 무려 28조원으로 추정된다. 스냅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 소유자는 대주주밖에 없다. 회사는 먼 훗날 대주주 사후 9개월이 지나면 그때! 의결권 있는 주식을 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홍콩이 아니라 뉴욕증시에 상장키로 했다. 대주주에게는 10개, 10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곳이다. 알리바바는 차등의결권을 선택했다. 한국에서라면 돈은 한국에서 벌고 상장은 미국에서 하느냐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로직스는 고심 끝에 한국 증시를 선택했다. 미국 나스닥으로 가는 것이 대주주에게 유리하지만 한국적(?) 고민 끝에 한국에 남았다. 그러나 지금 삼성그룹은 이 바이오로직스 상장이 특혜였다고 주장하는 특검을 만나 생고생을 하고 있다. 웃을 수조차 없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도 대주주를 차별하고 있는 의결권 제도를 더 강화해 헤지펀드들이 대기업 경영권을 쉽게 탈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분리 선임하고 이들을 뽑을 때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일반 이사를 뽑을 때도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한 사람 후보에게 몰아주는 소위 집중투표제라는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잘하면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 등 외부 세력이 과반의 이사 즉, 경영진을 장악하게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엄청 남는 장사다. 우대는 고사하고 대주주 역차별이다. 이런 나라는 없다.
국회의원들은 재벌 대주주가 2~3%의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주장이 잘못이다. 2~3%의 적은 지분으로 전체를 지배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자본시장의 효율성이다. 대주주와 일반 투자자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일반 투자자는 의제자본이다. 대주주는 가치를, 후자는 주식의 시세를 중시한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투자자는 언제든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버리면 그만이지만 대주주 주식 매각은 경영권의 교체를 의미하게 된다. 투자자는 공매도로 이익을 본다. 그러나 대주주는 그랬다가 쇠고랑을 찬다.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정의(正義) 원칙에도 맞다.
한국 사람들이 유달리 좋아하는 워런 버핏은 클래스B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클래스A다. 버핏의 클래스B주는 의결권이 200개다. 절대로 경영권을 빼앗길 수 없다. 구글 페이스북 그루폰도 대주주는 클래스B주를 갖고 있다. 이재용은 클래스B는커녕 소수점 미만의 의결권 주식을 손에 쥔 채 맨날 특검에 불려 다닌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1주1표는 한국 상법 제369조 규정이다. 너무 낡았다. 대주주 주식 1주에 10개, 100개, 심지어 100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 17개국이다. 스웨덴은 특히 전체 상장기업의 62%가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상당수 국가에서는 상속세도 없다. 한국은 대주주의 1주1표조차 박탈하고 대기업 상속세는 65%로 세계 최고다. 대주주를 축출하고 기업을 탈취하자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이다.
스냅이라는 미국 회사(스냅챗의 모회사)의 기업공개가 다음달이다. 창업자인 20대의 에번 스피걸(26)과 보비 머피(28)는 5조원대의 자산가 반열에 오른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일반에 공매하는(IPO) 주식엔 의결권이 없다는 것이다. 아예 1주0표다. 그래도 원매자가 줄을 섰다. 시가총액은 무려 28조원으로 추정된다. 스냅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 소유자는 대주주밖에 없다. 회사는 먼 훗날 대주주 사후 9개월이 지나면 그때! 의결권 있는 주식을 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홍콩이 아니라 뉴욕증시에 상장키로 했다. 대주주에게는 10개, 10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곳이다. 알리바바는 차등의결권을 선택했다. 한국에서라면 돈은 한국에서 벌고 상장은 미국에서 하느냐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로직스는 고심 끝에 한국 증시를 선택했다. 미국 나스닥으로 가는 것이 대주주에게 유리하지만 한국적(?) 고민 끝에 한국에 남았다. 그러나 지금 삼성그룹은 이 바이오로직스 상장이 특혜였다고 주장하는 특검을 만나 생고생을 하고 있다. 웃을 수조차 없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도 대주주를 차별하고 있는 의결권 제도를 더 강화해 헤지펀드들이 대기업 경영권을 쉽게 탈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분리 선임하고 이들을 뽑을 때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일반 이사를 뽑을 때도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한 사람 후보에게 몰아주는 소위 집중투표제라는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잘하면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 등 외부 세력이 과반의 이사 즉, 경영진을 장악하게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엄청 남는 장사다. 우대는 고사하고 대주주 역차별이다. 이런 나라는 없다.
국회의원들은 재벌 대주주가 2~3%의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주장이 잘못이다. 2~3%의 적은 지분으로 전체를 지배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자본시장의 효율성이다. 대주주와 일반 투자자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일반 투자자는 의제자본이다. 대주주는 가치를, 후자는 주식의 시세를 중시한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투자자는 언제든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버리면 그만이지만 대주주 주식 매각은 경영권의 교체를 의미하게 된다. 투자자는 공매도로 이익을 본다. 그러나 대주주는 그랬다가 쇠고랑을 찬다.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정의(正義) 원칙에도 맞다.
한국 사람들이 유달리 좋아하는 워런 버핏은 클래스B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클래스A다. 버핏의 클래스B주는 의결권이 200개다. 절대로 경영권을 빼앗길 수 없다. 구글 페이스북 그루폰도 대주주는 클래스B주를 갖고 있다. 이재용은 클래스B는커녕 소수점 미만의 의결권 주식을 손에 쥔 채 맨날 특검에 불려 다닌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