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계법인에 대한 '업무정지' 징계는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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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정지는 '등록취소'와 같아
'사회적 비용' 감안해 결정해야
목적에 맞게 징계 제도 개선 필요
송창준 < 한양대 교수·경영학 >
'사회적 비용' 감안해 결정해야
목적에 맞게 징계 제도 개선 필요
송창준 < 한양대 교수·경영학 >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인해 감독당국이 감사인 선택지정제 도입, 감리 및 형벌 강화 등 제도개선안을 마련, 발표했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대해 최대 6개월 업무정지에 해당하는 징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이 감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외부감사인을 징계하는 것은 당연한 행정처분이다. 다만 업무정지에 해당하는 징계는 회계법인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기에, 징계시기와 수위에 대해 감독당국이 고려해야 할 요인이 적지 않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한 안진회계법인 소속 전·현직 공인회계사 4명과 부실감사에 대한 주의감독을 게을리한 안진회계법인을 동시에 기소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은 감리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기관으로서 징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과 금감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공통적으로 중요한 사항이 ‘고의성’ 여부다. 즉, 회계처리 위반사실을 알면서 이를 묵인 또는 공모해 부실한 재무제표를 작성했는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언론보도를 보면 금감원은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 판단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과 감독당국이 서로 다른 판단을 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금감원이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위법행위에 대한 형사소송과 별도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1500억원대 민사 손해배상 소송 역시 진행 중이다. 만약 금감원의 업무정지 징계로 안진회계법인이 문을 닫게 된다면,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위험을 감독당국이 부추긴 결과가 될 수 있다.
업무정지가 초래할 회계법인 폐쇄는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기에 감독당국은 신중해야 한다. 감사인 교체에 따른 비용이 한 가지 예다. 아무 문제가 없는 안진의 다른 피감사기업들은 새로운 감사인을 선정해야 하고, 신규 감사인은 피감사인 사업의 이해 등을 위해 계속감사인에 비해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는 감사수임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외부감사인은 자신의 감사품질에 대한 ‘명성(reputation)’이 존립기반이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의 사례가 법인의 전체적인 감사품질을 의심하게 할 만큼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감사인을 교체할 것이다. 감독당국이 징계하지 않아도 이런 시장의 힘에 의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감독당국은 재판 결과와 시장의 힘의 결과를 보고 징계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회계법인에 대한 업무정지 징계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회계감사산업의 특성상 업무정지 처분은 회계법인의 존폐를 좌우한다. 회계법인의 신규 수임계약은 3~4월에 집중돼 있는데 이 기간 동안의 업무정지 징계는 곧 ‘수임정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는 회계법인의 문을 닫게 하는 ‘등록취소’ 징계와 다를 바 없다. 과거 업무정지 징계를 받은 산동(1년), 청운(1개월), 화인(6개월) 등의 회계법인이 모두 문을 닫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감독당국의 징계 목적이 회계법인의 재정적 부담에 있다면 현행 과징금 규모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회계법인의 잘못이 심각하다면 감독당국이 등록취소 징계를 직접 내리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송창준 < 한양대 교수·경영학 >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한 안진회계법인 소속 전·현직 공인회계사 4명과 부실감사에 대한 주의감독을 게을리한 안진회계법인을 동시에 기소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은 감리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기관으로서 징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과 금감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공통적으로 중요한 사항이 ‘고의성’ 여부다. 즉, 회계처리 위반사실을 알면서 이를 묵인 또는 공모해 부실한 재무제표를 작성했는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언론보도를 보면 금감원은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 판단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과 감독당국이 서로 다른 판단을 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금감원이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위법행위에 대한 형사소송과 별도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1500억원대 민사 손해배상 소송 역시 진행 중이다. 만약 금감원의 업무정지 징계로 안진회계법인이 문을 닫게 된다면,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위험을 감독당국이 부추긴 결과가 될 수 있다.
업무정지가 초래할 회계법인 폐쇄는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기에 감독당국은 신중해야 한다. 감사인 교체에 따른 비용이 한 가지 예다. 아무 문제가 없는 안진의 다른 피감사기업들은 새로운 감사인을 선정해야 하고, 신규 감사인은 피감사인 사업의 이해 등을 위해 계속감사인에 비해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는 감사수임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외부감사인은 자신의 감사품질에 대한 ‘명성(reputation)’이 존립기반이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의 사례가 법인의 전체적인 감사품질을 의심하게 할 만큼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감사인을 교체할 것이다. 감독당국이 징계하지 않아도 이런 시장의 힘에 의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감독당국은 재판 결과와 시장의 힘의 결과를 보고 징계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회계법인에 대한 업무정지 징계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회계감사산업의 특성상 업무정지 처분은 회계법인의 존폐를 좌우한다. 회계법인의 신규 수임계약은 3~4월에 집중돼 있는데 이 기간 동안의 업무정지 징계는 곧 ‘수임정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는 회계법인의 문을 닫게 하는 ‘등록취소’ 징계와 다를 바 없다. 과거 업무정지 징계를 받은 산동(1년), 청운(1개월), 화인(6개월) 등의 회계법인이 모두 문을 닫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감독당국의 징계 목적이 회계법인의 재정적 부담에 있다면 현행 과징금 규모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회계법인의 잘못이 심각하다면 감독당국이 등록취소 징계를 직접 내리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송창준 < 한양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