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정신없이 아이 둘 키우다 보니 10년 후딱~억척 아줌마 연기,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지난달 첫 촬영을 앞두고는 설레서 한숨도 못 잤어요. 쿵쿵하고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죠. 이번엔 친근한 아줌마 역을 맡아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는 27일부터 방영하는 KBS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의 주인공 심재복 역을 맡은 배우 고소영(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이태원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고소영의 연기 복귀는 10년 만이다. 2007년 드라마 ‘푸른 물고기’, 영화 ‘언니가 간다’ 이후 촬영장을 떠난 그는 그간 광고 모델과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지난 10년간 그저 쉰 것은 아닙니다.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으면서 정신없는 일상을 보냈죠. 오랜만의 복귀를 앞두고 걱정도 많았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제 일을 찾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장에 돌아가니 새롭게 삶의 활력소를 찾은 기분이에요.”

고소영은 이번 드라마에서 아줌마 역할에 도전한다. 데뷔 이후 처음이다. 그는 “나는 올해 나이 마흔여섯인 아줌마”라며 “그간의 경험과 살면서 느낀 점을 살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줌마가 되니까 감정이 훨씬 풍부해졌어요. 주변 사람에게 ‘19금’ 농담을 던질 정도로 표현도 편하고 과감해졌죠. 아이 둘을 낳고 나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대본에 자꾸 메모를 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줌마라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하하.”

극 중 심재복은 능력 없는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를 대신해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든 인물이다. 직장을 다니며 가족 생계를 책임지면서 씩씩하고 억척스러워졌다. 잦은 야근엔 “왜 이렇게 부려먹느냐”며 푸념을 늘어놓고, 사기를 치고 도망가려는 이의 머리채를 잡은 채 쫓아가기도 한다. 화려하고 도도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그의 변신이 의외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오랜만의 복귀인데 폼을 잡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친근하고 현실감 있는 인물로 돌아오고 싶었죠. 대중에게 알려진 제 이미지는 앞으로 연기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먹을 것 같다는 얘기까지 듣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는 “사실 심재복과 나는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남에게 잘 의지하지 않고, 힘쓰는 일도 곧잘 해내는 씩씩한 사람이라는 설명이다. 2010년 배우 장동건과 결혼해 아이 둘을 낳은 그는 “결혼 생활 중 느낀 것들을 통해 심재복의 감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신혼 때는 다른 부부들처럼 싸움도 하고 ‘주도권 다툼’도 했어요. 첫 아이를 낳은 다음엔 너무 힘들어서 남편이 일하러 간 사이 혼자 괜히 남편을 미워한 적도 있고요. 어느 날은 남편이 너무 안 좋았다가도 그때가 지나면 또 괜찮아지더라고요. ‘이래서 부부가 평생을 함께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남편 장동건은 오랜만의 복귀를 도와주는 응원군 역할을 하고 있단다. 고소영은 “집에서 대본 연습을 할 때도 남편이 상대역을 맡아준다”며 “최근 영화 촬영을 끝마친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줘 촬영장에서 연기에 더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 이 작품은 새로운 시작”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 드라마가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욕심을 내고 있지는 않아요. 이번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계단 올라가듯 차근차근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