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해운, 대형 고속 컨테이너선 서비스 주도해야
서울중앙지법은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폐지를 지난 2일 결정했다. 2주간의 항고 기간이 끝나면 오는 17일께 한진해운 파산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이 공중분해되면서 한국의 컨테이너 선박은 현대상선 66척 정도가 남게 됐다. 한때 한진해운(7위)과 현대상선(14위)을 합해 세계 5위 규모의 컨테이너 선대를 유지하던 한국 해운은 현재 세계 1위인 머스크의 622척, MSC의 484척과 비교해 볼 때 생존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의 남은 자산도 정리가 끝나가고 있다. 알짜 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 매각은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단독입찰한 현대상선과 MSC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롱비치터미널은 MSC가 80%, 현대상선이 20%의 지분을 소유한다. 롱비치터미널은 외국선사로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한진해운의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은 현대상선에 인수됐다. 이 터미널은 향후 현대상선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시 유럽 거점항만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이처럼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이 현대상선에 인수될 수 있게 금융지원을 실기하지 않고 해 나가야 한다.

세계 컨테이너 시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선사를 대형화하고 있고 이렇게 대형화한 선사들이 연합해 3개의 얼라이언스(해운동맹)로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일본 굴지의 선사인 NYK, K라인, MOL도 컨테이너 부문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선사 간 M&A를 통해 오는 4월부터는 ‘디얼라이언스’ ‘오션얼라이언스’ ‘2M’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얼라이언스 재조정으로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에서 경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컨테이너 시황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3년 안에는 정상화되는 게 힘들다는 것이 글로벌 해운연구기관들의 예측이다.

이제 남은 희망인 현대상선은 세계 제일의 컨테이너 정기선사인 머스크와 MSC가 결성한 2M그룹에 참여하게 됐다. 2M과의 정식협약 내용은 ‘전략적 협력’(2M + H Strategic Cooperation)으로 돼 있다. 오는 4월1일부터 3년간 미국 서부해안 3개 항로에서 상호 선복교환과 선복매입을 하는 형태다. 과거 현대상선은 미주 서안에 2개 항로를 운영했는데 3개 항로로 서비스가 확대 강화된 측면이 있다. 유럽항로에서도 2M의 월등한 네트워크 및 비용경쟁력을 공유할 수 있어 현대상선의 서비스 경쟁력은 강화됐다.

문제는 2M이 현대상선의 신규 대형선 투입을 억제하고 있어서 정부의 해운 경쟁력강화 방안에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으로서는 현재 강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주 서안과 유럽라인에서의 영업력을 보강하고, 한편으로는 새롭게 결성된 현대상선과 장금상선, 흥아해운과의 ‘한국 얼라이언스’를 더욱 확대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는 한국 최초의 원양, 근해 선사 간 전략적 협력으로, 향후 이런 전략적 협력을 신규 원양항로 개척과 개설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1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의 통과가 가능해지면서 새로 열리게 된 미국 동해안, 남미 동해안 시장도 적극 개척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고속·고효율·친환경 선박을 신규 건조해 이 새 항로에 투입, 해상운송 서비스의 혁신적 변화를 앞서 이끌어야 한다. 운항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대형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실현할 때 우리는 새로운 시장에서 리더와 개척자로서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저속 대형선에서 새로운 고속 대형선 시대로의 시장변화를 이끈다면 국내 조선산업 일감창출의 마중물 역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조선과 해운 상생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전준수 < 서강대 석좌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