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로마재단 '국제시인상' 동양인으로 첫 수상 영광

고은 시인(84·사진)이 이탈리아 로마재단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국제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 시인은 지난 3일 로마재단이 2006부터 매년 개최하는 국제 시 축제 ‘시의 초상(肖像)’ 시상식에서 올해 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재단이 2014년 제정한 국제시인상은 아담 자가예프스키(폴란드), 하코보 코르티네스(스페인), 캐롤 앤 더피(영국) 등 수상자를 냈다. 고 시인은 네 번째이자 최초 동양인 수상자다.

이날 로마 아드리아노 신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주최 측은 고 시인을 “한국어로 시를 쓰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통과한 그는 강렬한 삶의 궤적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삶과 우주를 노래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에 참석한 고 시인은 “시 세월 60년을 채우고 있지만 자신의 뒷모습을 모르는 것처럼 시를 모르게 된다”며 “다만 나에게는 노래하는 자와 노래를 듣는 자의 실재 사이에서 영혼의 대칭이 이뤄지는 체험만 있을 뿐”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탈리아에는 고 시인의 ‘순간의 꽃’과 ‘노래섬’ ‘뭐냐’ 등 시집 세 권이 번역 소개돼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