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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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가 도착했습니다. 자물쇠가 채워진 빨간 가방 하나, ‘드래그 퀸(화려하게 꾸민 여장 남자)’이라고 적힌 쪽지. 뭘까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지난달 초 배우 김의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후 30여분간 약 4000건의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 내용이 SBS가 지난달 28일 방영한 설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에서 전파를 탔다. 출연진은 네티즌의 도움을 받아 각자 추리를 펼치고, 프로그램 막바지에 함께 모여 토론했다.

요즘 방송가에 추리가 ‘핫’한 문화 코드로 떠올랐다. 실제 발생한 미제 사건을 다루는 예능, 미스터리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드라마 등이 올 들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추리·미스터리 예능 및 드라마 ‘봇물’

KBS시사교양 파일럿 ‘미제사건 전담반, 끝까지 간다’
KBS시사교양 파일럿 ‘미제사건 전담반, 끝까지 간다’
KBS는 4일부터 4부작 시사교양 파일럿 ‘미제사건 전담반, 끝까지 간다’를 방영한다. 과거에 일어난 미제 사건이 소재다. 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반 소속 경찰, 범죄학자, 법의학자,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들이 패널로 출연한다. 이들은 당시 증거 자료와 단서를 되짚어보며 토론한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지난달 14일 케이블채널 OCN에서 방송을 시작한 주말드라마 ‘보이스’도 경찰들의 추리 과정을 다룬다. 범죄신고센터에 걸려온 전화 통화 중 들린 소리를 가지고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청각이 탁월한 112신고센터장과 강력팀 형사가 합심해 주변 소음 등 사소한 단서에서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그린다.

미제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의 사전제작 드라마도 올 상반기 방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JMG 굿픽처스는 ‘미제사건 임시전담반’을 올초부터 촬영하고 있다. 형사 지망생과 해고당한 인턴기자가 의기투합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4개월 전 무슨 일이? … 드라마 ‘미씽나인’ ‘피고인’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과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은 모두 주인공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미스터리 드라마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거와 현재 시점을 교차해 보여주고, 중간에 일어난 주요 사건을 모호하게 그리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달 18일 방송을 시작한 ‘미씽나인’은 이유가 불분명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승객 중 아홉 명은 외딴 무인도에 표류하고, 이 중 한 명이 사건 발생 4개월 뒤 육지 해안에서 발견된다. 섬에 있는 이들의 생사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발견된 생존자 라봉희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오락가락하는 얘기를 내놓는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피고인’은 지난달 23일 첫 회를 내보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인 주인공 박정우는 하루아침에 인생이 뒤바뀌는 사건을 겪는다. 딸 생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축하 파티를 연 뒤 잠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교도소 안이다. 딸의 생일로부터는 넉 달이 지났다. 놀라서 가족을 찾는 박정우에게 같은 방 재소자들은 “당신이 가족을 죽인 죄로 이 방에 온 지 석 달이 넘었다”고 답한다.

두 드라마는 주인공의 기억상실증을 주요 소재로 썼다. 여러 등장인물의 엇갈리는 진술을 종합해 진실을 찾아가게 만드는 장치다. 극한 상황을 배경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쉽게 예상할 수 없게 한 것도 공통점이다.

◆시청자의 몰입·참여 유도해 인기

SBS 파일럿 프로그램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
SBS 파일럿 프로그램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
추리 예능이나 드라마는 몰입감이 특히 높은 콘텐츠로 꼽힌다. 매번 새로운 단서나 복선이 나오고, 사건 전개 방향이 휙휙 바뀌며 롤러코스터 전개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참여율도 높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잠깐 화면에 나온 장면을 두고 갖가지 추리가 나온다.

최근 추리 콘텐츠를 선보인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추리를 주 내용으로 하는 콘텐츠는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시청자들은 사소한 물건 하나까지도 단서로 삼아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서로 토론하며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