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코스닥시장은 ‘꿈의 무대’다.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 코스닥 상장 기업이라는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코스닥시장은 다양한 업종의 성장 기업이 시장에 참여하도록 상장 ‘문턱’을 대폭 낮췄다. 국내 투자자가 성장하는 외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외 기업 상장 사례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 100여개사 상장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올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을 100여곳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82곳)보다 많은 기업이 코스닥으로 입성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 회사들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금액은 3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이후 공모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해 2조2000억원보다 조달 금액이 많을 것이란 게 본부의 예측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제일홀딩스 JTC 등 시가총액이 ‘조단위’로 예상되는 대형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장은 “시장 본연의 기능은 기업의 자금조달과 투자 활성화”라며 “이에 충실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시장에 끌어들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코스닥 시장본부는 성장성이 높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요건을 바꿨다. 일명 ‘테슬라 요건’이다. 적자 상태였던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나스닥에 상장한 뒤 사업화에 성공한 것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이전에는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기업은 기술특례제도를 활용해 상장해야 했다. 두 곳 이상 기술평가기관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은 뒤 거래소 심사를 거쳐 상장하는 제도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적자기업이라도 △시가총액 500억원, 매출 30억원, 상장 직전 2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이면서 공모 후 주가순자산비율(PBR) 200% 이상 등 요건 중 하나를 만족하는 기업은 거래소 심사만 거치는 일반 상장이 가능하다. 이 경우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는 공모를 통해 주식을 산 일반투자자에 3개월간 공모가의 90%에 주식을 되사주는 ‘풋백옵션’을 보장해야 한다.

기술특례상장제도도 다양화됐다. 기술평가기관에서 기술력을 입증받는 기존 방식에 더해 상장 주관사가 판단해 기업을 추천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주관사는 6개월간 일반투자자에게 ‘풋백옵션’을 보장한다. 주관사가 상장 기업의 입맛에 맞춰 공모가를 부풀리기보다는 합리적인 공모가를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해외기업 사상 최대 전망

올해 해외기업의 코스닥 상장은 사상 최대인 10곳을 기록할 전망이다. 직전 사상 최대 기록은 7개 해외기업이 상장한 지난해다. 중국기업 6곳, 미국기업 1곳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코스닥시장에서는 18개 외국 기업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다양한 국가의 기업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일본 면세점기업인 JTC, 베트남 침구 기업인 에버피아 등이 상장할 전망이다.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다련참치와 트리플엑스도 올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시장본부는 해외 기업을 직접 찾아가는 유치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네 차례 연 해외 상장 설명회를 올해는 여섯 차례로 늘린다. 김 본부장은 오는 3월 싱가포르에 이어 4월에는 영국을 찾아 코스닥시장 상장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해외기업에 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털(VC)과 교류 폭을 늘려 상장할 만한 기업을 발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 본부장은 “중국 미국 등에 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털 중 투자 기업을 한국 시장에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곳들과 교류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가 코스닥에 상장한 해외기업에 투자하면 외국 시장에 직접투자할 때보다 거래도 편리하고 세금 등 비용도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스타트업 마켓(KSM)-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 체계도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초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지난해 말에는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마켓을 시작했다. 창업 초기부터 코스닥 상장까지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목표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KSM을 거쳐 성장한 기업은 코넥스와 코스닥 상장 시 완화된 상장 요건을 적용받는다”며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차세대 주력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