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뭐하는 곳이에요?”

조달청장이 되고 가끔 듣는 말이다. 일상에서도 ‘조달’이란 말은 쓰이는데 막상 무엇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지는가 보다.

조달청은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품, 서비스, 공사 등을 기업에서 조달해 공급하는 일을 한다. 정부 각 기관으로부터 구매 협상권을 위임받은 심부름꾼이라고 해도 좋겠다. 조달청이 한 해 집행하는 금액은 50조원가량이다. 이 조달업무는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나라장터’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수행된다.

조달청은 지난 17일 개청 68주년을 맞이했다. 1948년 한미경제원조협정 체결로 미국의 원조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1949년 ‘외자청’이 신설됐고 1961년 외자청이 ‘조달청’으로 명칭을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조달청의 변천사를 보면 대한민국 경제 발전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조달청으로 확대되면서 원조물자 관리에서 국내·해외 물자 조달과 공공시설 계약으로 업무가 확대됐다. 1980년대 들어 유례없는 흉작으로 쌀 등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입하기 시작했고 무연탄과 건설자재 등을 해외에서 조달하면서부터 조달청 외자업무의 외연이 넓어졌다. 1990년대에는 주택 200만가구 건설, 지하철 건설 확대, 서해안개발사업, 경부고속철도, 영종도 신공항 건설 등의 초대형 국책사업이 대규모로 펼쳐졌다. 2000년대는 정부 조달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전환된 시기다. 2002년 국가종합전자시스템 ‘나라장터’를 개통했고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세계 곳곳에 전자조달시스템을 수출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젠 공공조달도 서비스 시대다. 신기술과 서비스상품 조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구매 형태도 단순 구매에서 복합구매로 전환돼야 한다. 미래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매, 중소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구매도 챙겨야 한다.

미래 조달청의 시대정신은 조달기업을 넘어 일반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일반 국민이 나라장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여행상품이나 전통주, 전통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라장터라는 훌륭한 플랫폼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함으로써 “조달청이 그런 일도 하나요?”라는 탄성이 들리도록 해야 한다.

정양호 < 조달청장 yhchung@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