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기업들 악전고투 중인데…정부의 '너무 늦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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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에서 완제품을 가져오면 트럼프 정부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테고, 미국에서 주요 부품까지 생산하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미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운영 중인 또 다른 한국 대기업은 파트너사로부터 미국산 원자재 구매 비중을 대폭 높여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럴 경우 원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난색을 표시했지만 합작 파트너사의 막무가내식 요청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포스코 등 철강회사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국산 철강재 수입을 막더라도 미국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기는커녕 질 낮고 비싼 다른 국가의 제품을 쓰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고객사들도 서슬 퍼런 트럼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며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의 한 통상전문가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의 텃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됐더라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예견됐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손 놓고 있다가 대선 이후 취임까지 2개월이 넘는 ‘골든타임’을 그대로 날려 보냈다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SKC, 롯데케미칼 등 미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빅5’ 기업 중심으로 투자사절단을 꾸려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곧 일자리 감소라는 편협한 시각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이를 통상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나 노하우가 전혀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다음달 미국을 찾는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났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기에 다시 방미를 결정한 것이다. 한 대기업 미국 법인장은 “비록 ‘지각 방미’지만 제대로 준비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반전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