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가운데)은 19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부정청탁금지법으로 평생 받아야 할 조롱과 칭찬을 요즘 다 받고 있는 심정”이라면서도 “어렵게 태어난 법이 우리 사회와 미래 세대에 어떤 역할을 할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성 위원장, 정규재 한경 주필(사회),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가운데)은 19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부정청탁금지법으로 평생 받아야 할 조롱과 칭찬을 요즘 다 받고 있는 심정”이라면서도 “어렵게 태어난 법이 우리 사회와 미래 세대에 어떤 역할을 할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성 위원장, 정규재 한경 주필(사회),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태어난 지 100일 지난 아이에게 쌍꺼풀 수술을 하자고 하면 안 된다.”(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성 위원장은 19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포럼 위원들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성 위원장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법 개정에는 신중론을 폈다. 법이 시행된 지 114일밖에 안 돼 법의 안정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만큼 법 개정을 위해서는 사회적 파장 등 구체적 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3·5·10 규정 불변은 아니지만…법적 안정성도 고려해야"
성 위원장은 가장 논란이 뜨거운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규정에 대해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니고 사회 상황과 경제 여건에 맞춰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게 맞다”며 “그래서 법이 아니라 시행령에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위원장은 “식사비 3만원은 정의롭고 5만원은 덜 정의로운 게 아니라 ‘좌측통행이냐 우측통행이냐’와 같은 방향규범일 뿐”이라며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법은 안정성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 신뢰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당정협의에서 3·5·10 기준을 상향키로 한 데 대해서는 “경제부처에서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고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 소명해야 하고, 거꾸로 기준을 올리면 내수 개선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과 규명이 있어야 한다”며 “자료가 오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부정청탁금지법이 거대 범죄 잡자는 것도 아니고 모든 범죄를 잡는 건 아니지만 사회 전체에 작동했다면 ‘하루 만에 재단법인이 설립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등은 어느 정도 통제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부정청탁금지법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상황인 만큼 쌍꺼풀 수술이 아니라 심장 판막 수술을 하고 있는 것”(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측정할 수 없는 지표는 관리할 수 없다고 했다. 과일값이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잘못 측정해 처벌받을 수 있다면 문제다. 대학 부속병원과 사회복지법인 소속 병원은 별로 차이가 없는데 대학병원은 수익성 있는 VIP 고객에 대한 특별한 서비스를 못하는 것도 문제다. 큰 부패를 놔두고 ‘잔펀치’만 날리는 건가.

▷성 위원장=기부금을 많이 내거나 기여도에 따라 서비스를 달리하는 것은 형평 차원에서 가능하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3·5·10 규정 불변은 아니지만…법적 안정성도 고려해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자영업자 충격을 사전에 경고했음에도 정책적 모범답안에 편승해 시행한 게 아닌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이 있는데 일정 금액 이상이면 부정하다고 보는 건 문제가 있다. 법 적용 대상을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에 집중해야지 공무를 수행하는 사인(私人)까지 외연을 넓히는 게 타당한가. 문화적 가치로 접근할 것을 법적으로 접근한 게 잘못이다.

▷성 위원장=문화가치 기반으로 사회가 변화되는 게 맞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인 소비와 선물문화,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조성될 것이다. 일부 업종에서 생기는 피해는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 화훼업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카드 수수료를 깎아 주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찾아야 한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최순실 사태로 부정청탁금지법을 안 지켜도 되는 게 아니냐는 풍조가 나오고 있다.

▷성 위원장=푸념하고 냉소하는 목소리로 본다. 긴장도가 떨어진 일부 분야가 있다고 들었다.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공연 협찬이 매우 어렵다. 부정청탁금지법이 기부 문화를 바꾸는 동력은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어렵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협찬은 전향적으로 봐서 유권해석을 완화할 방법은 없나.

▷성 위원장=문화예술계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별도로 할 수 있는 부분은 현 상태에서 많지 않다. 문화적인 소양이 넓어져야 해결될 것이다.

▷김기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청소년이나 대학생을 위해 교육·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 위원장=올해부터 초·중학교는 도덕교과서, 고교는 윤리교과서에 한 챕터 이상 청렴 부분을 넣기로 했다. 청소년 수기 공모에 많이 들어오는데 이것으로 웹툰 뮤지컬 연극 등을 만들고 있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최근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서 행정의 경직성이 한 사람의 인권과 인격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가를 반성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경직성이 너무 강하다. 외부 강의 사전 신고 제외 대상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는데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준정부기관 등 제외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

▷성 위원장=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은 법상 당연히 그렇게 될 것으로 보는데 살펴보겠다.

▷정 주필=법률 체계는 관습법적 법률 체계인데 권익위가 유권해석을 잘못해 ‘주자가례집’ 같은 유사법령집을 만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성 위원장=법의 적용 범위나 가이드라인 해석에 대해 권익위가 하라고 법에 정해져 있다. 법원이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해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원과도 교류하며 해석 작업에 임하고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이해충돌 방지조항이 빠졌는데 향후 입법 발의할 계획은 있나.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중단됐다는데 권익위 해석이 독단의 여지가 있지 않나.

▷성 위원장=이해충돌은 공직 지위로 사적 이익을 취득하는 문제라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 지난번에 복잡하고 어려워서 빠졌는데 종합성 차원에서라도 국회에서 입법을 논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청탁금지법 개정보다는 별도 입법이 맞다고 본다. 정부 합동 TF는 지난해 말까지 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도 법제처, 법무부, 법원, 검찰청, 경찰, 해당 소관부처 등을 만나 해석상 해결할 부분이 있는지 보고 있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를 완화한다고 했는데 이런 직접 과잉 규제가 없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면 검토해서 재개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부정청탁을 금지하는 이유는 복잡한 인허가 규제 때문인데 그걸 놔두면 부정청탁이 커지고 은밀해진다.

▷성 위원장=법을 만들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고 내면화되면서 해결될 것으로 본다. 3·5·10 규정도 2018년 말까지 시행해보고 보완할 게 있으면 보완하기로 했던 것이다.

▷정 주필=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때 일단 쉬운 청탁금지법으로 걸어놓고 (다른 쪽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성 위원장=동의하기 어렵다. 우회·꼼수라는 측면에서 당당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