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연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서 시카고에서 한 고별연설을 봤다. 연설은 내용도 좋았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태도와 방식이었다.

그는 지난 8년간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시작해 사회 발전의 변화는 국민 모두가 함께해야 할 사명임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해냈다”는 감동적인 외침으로 마무리했다. 내용은 유려했고 전달하는 태도는 여유롭고 자연스러웠다. 말은 결코 느리지 않았고 길게 끌지도 않았다, 원고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말하듯이 했다. 말과 말 사이에 군더더기도 없었고, 더듬기도, 머뭇거림도 없었다. 과장된 몸짓이나 높은 외침이 없으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감사하는 마음을 정확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오래전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로스쿨 교수들의 강의를 들으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들의 발음은 정확하고 말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영어 실력에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느라 진땀을 흘리면서도 교수들이 말을 참 잘한다고 경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 지도자들의 담화를 보면 ‘그’ ‘저’ ‘이제’와 같은 온갖 군더더기가 많다. 말은 느리고 표현은 불명확하다. 무엇을 지칭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대명사를 남발한다. 행동은 과장되고 원고를 읽어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그렇게 해야 권위 있게 보이는 것일까. 젊은이들의 말 또한 다르지 않다. 자신의 느낌을 얘기하면서도 ‘좋다’고 말하지 않고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오바마는 엄청난 능력가이고 지속적인 학습형 천재라고 평한다. 하지만 오바마의 이런 능력은 비단 개인의 능력과 노력뿐 아니라 그가 어릴 때부터 받아 온 교육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학교에서는 책을 읽을 때 말하듯이 읽으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과장된 몸짓으로 “여기 이 연사가 여러분께 이렇게 외칩니다” 하는 식의 웅변을 가르치기도 한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웅변이나 선동보다는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대중의 뜻을 결집하고 중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사람 사이의 편안한 대화와 정확한 의사 전달이 중요하다. 우리 학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이런 말하기를 가르쳐야 한다. ‘웅변’이 아니라 ‘말하고 소통하기’를.

박상일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sipark@hmp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