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은 거의 모두 하얀색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갈색이 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하얀색을 좀처럼 찾아보기조차 어려워졌다. 보기 힘든 하얀 달걀이 미국에서 200t 들어왔다는 소식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공급 부족 해소 차원이다.

왜 달걀이 모두 갈색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하지만 마케팅의 결과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생긴 1980~90년대,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배부른 것에서 몸에 좋은 것으로 바뀌었다. ‘토종’ ‘신토불이’ ‘친환경’ ‘무농약’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닭은 토종닭이 최고이며 달걀도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토종닭은 갈색이고 달걀 역시 갈색이다. 과거 산란계로 대량 사육되던 흰색의 레그혼 종은 흰색 달걀을 낳는다. 당시 달걀업계는 ‘갈색 달걀=토종 달걀’이라는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고 산란계를 점차 레그혼에서 갈색 닭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 갈색 닭 역시 수입종일 뿐 토종닭은 아니다. 그럼에도 왠지 갈색이 더 건강하고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착각 덕분에 갈색 달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75년 10%대에 그쳤던 갈색 산란계는 1986년 60%, 1990년 80%로 늘더니 지금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두 달걀은 영양상으론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다만 흰자 대 노른자 비율이 갈색은 7 대 3, 흰색은 6 대 4 정도로 흰색이 좀 더 고소한 맛이 난다는 주장도 있다. 껍데기 두께는 갈색 약 0.6㎜, 흰색 0.4㎜ 정도다. 사료는 흰색 닭이 갈색보다 16%가량 덜 먹는다. 반면 갈색은 흰색에 비해 달걀과 닭고기 모두를 얻을 수 있는 품종이어서 산업적 측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재미있는 것은 국가별로 달걀 색 선호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우리와는 반대로 흰색이 대부분이다. 영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에서는 갈색이 많고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에서는 반반 정도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색깔보다는 신선한 것을 고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표면에 금이 없고 매끈하며 반점이나 거친 흔적이 적은 것을 고르라는 것이다. 또 흔들었을 때 소리가 나면 신선하지 않은 달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금방 낳은 따끈따끈한 달걀이다. 갓 지은 밥에 이런 달걀 하나 ‘탁’ 깨 넣고 간장에 쓱쓱 비벼 김치와 함께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