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벤처캐피털 부문에 역량 집중…중소기업 맞춤형 IB업무도 강화"
“국내 증권회사의 위기는 결국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들이 초래했습니다.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더 공부하고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사진)은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증권사 직원이라면 주식뿐 아니라 거시경제 금리 환율 등에 종합적인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올해도 직원 교육을 강화해 신뢰받는 증권사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국내 1세대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신 사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선생님’으로 불린다. 2014년 8월 취임 이래 ‘공부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은 직원을 대상으로 금융 기초역량 강화, 재무제표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인사 기획 등 경영지원부서 직원도 예외 없이 교육을 받았다. 증권업의 본질이 고객 수익을 높이는 것인 만큼 공부를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 4분기 실적과 증권사 평균 예상치(컨센서스)가 1조원 가까이 차이 난 것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나 어닝쇼크(실적충격) 같은 단어를 쓰는 것은 비겁하다”며 “전망이 틀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부족한 부분을 밤을 새워서라도 메워야만 고객이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그의 직원교육 강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IBK투자증권은 작년 국내 증권사 가운데 실적 증가율이 가장 높았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운용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이 회사의 작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0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 사장의 내실 경영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신 사장이 올해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삼은 것은 벤처캐피털(VC) 부문 육성이다. 당장 성과를 내기보다 퇴임 이후에도 꾸준히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성장동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VC 투자도 핵심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VC 리서치 인력을 꾸준히 보충하고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국내 산업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의 투자가 시작된 시점은 1980년대 초였다”며 “기존 산업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없고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VC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벤처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앞서나가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 특화 투자은행(IB)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 공동 추진, 해외 부동산 투자 중개, 해외 자금 국내 유치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국내 상장 기업의 연간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박스권(1850~2100) 돌파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실현되기까지 의회 통과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국내 주식시장에 반영되기 어렵다”며 “기업 이익이 한 단계 상향되면서 최소한의 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올해 주식시장은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훈/최만수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