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으로 장 봤더니…채소 대여섯가지만 담아도 3만원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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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식탁물가 '비상'
당근·무, 개당 2000~3000원…채소류 전년보다 3배나 비싸
한우·갈치도 20%이상 급등
그래도'아우성'덜한데…
1,2인 가구 소량구매 늘고 간편식 등 대체재 생겨나며
농산물 가격에 덜 민감해져
당근·무, 개당 2000~3000원…채소류 전년보다 3배나 비싸
한우·갈치도 20%이상 급등
그래도'아우성'덜한데…
1,2인 가구 소량구매 늘고 간편식 등 대체재 생겨나며
농산물 가격에 덜 민감해져

지난 7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 있는 대형마트에 나가서 본 광경이다. 물가 얘기가 많아 기자도 5만원을 들고 장바구니를 채워봤다. 파 한 단, 마늘(200g), 두부 한 모, 양배추 한 포기, 무 1개, 당근 2개, 오이 5개, 계란 15알, 콩나물 한 봉지를 담자 3만원이 훌쩍 넘었다. 소고기를 먹고 싶었지만 삼겹살(388g·6984원)로 바꾸고, 제주산 은갈치 대신 ‘물가안정 갈치(4토막·1만2000원)’를 담자 장보기가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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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계란, 채소, 갈치, 오징어 등 농축수산물값이 일제히 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이마트의 1월 첫주 기준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을 조사해봤다.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2배 이상 오른 품목이 많았다.
당근(100g) 소매가격은 250원에서 698원으로 179.2%나 뛰었다. 양배추는 한 포기에 5671원으로 126.7%, 무는 개당 1980원으로 122.5% 올랐다. 대파, 깐마늘 등 양념에 쓰이는 채소도 30% 이상 올랐고, 콩나물값도 1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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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기후가 꼽힌다. 무, 당근, 배추 등 채소값은 지난해 여름 폭염과 가을 태풍 차바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가을 일조량이 부족하고 기온이 낮아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팀장은 “겨울 무와 겨울 당근은 대부분 제주도에서 나오는데 태풍 피해를 입어 출하량이 급감했다”며 “하우스 등 시설에서 재배하는 물량이 풀리는 봄까지는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산물도 날씨 영향을 받고 있다. 오징어는 높아진 해수 온도 때문에 개체 수가 준 데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씨가 말랐다는 분석이다. 한우는 도축 마릿수가 줄어서, 수입 소고기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비싼 한우의 대체품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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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장바구니, 특히 식탁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물가대란, 사재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과거에 비해 적어졌다. 대형마트가 식품 유통 생태계에서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물가상승의 충격을 완화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지농가-대형유통업체-도매-소매-소비자로 이어지던 유통단계가 농가-마트-소비자로 줄었기 때문이다. 대량구매 효과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식품을 소량 구매하거나 외식을 주로 하는 가구가 늘어난 점도 먹거리 물가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를 낮춘 원인으로 꼽힌다. 마트에서 만난 최모씨(46)는 “식재료값이 오른 뒤로 마트에 오면 묶음으로 파는 냉동 만두와 가정간편식을 주로 구매하고 있다”며 “주말에 두 끼 정도는 외식하는 편이 더 싸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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