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 3세 기업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40대 기업인이 그룹 총수에 오르거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등 책임경영의 최전선에 나섰다. 젊고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재계의 세대교체를 주도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다만 이들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질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반한(反韓)정책이 노골화하고, 국내에선 특검·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스스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대변혁기' 경영 전면 나선 3세들…더 무거워진 어깨
◆부상하는 젊은 리더십

지난해 말부터 기업 창업주의 손주들이 부친의 바통을 이어받아 기업 경영 전면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남이자 고(故) 조중훈 한진 창업주의 손자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41)은 6일 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대한항공의 경영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말 오너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조석래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고, 장남인 조현준 사장(49)이 회장직을 맡았다. 3남인 조현상 부사장(46)은 사장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고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손자다. 조 신임 회장은 “효성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동아에스티 등을 거느린 동아쏘시오그룹도 지난 2일 3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창업주 고 강중희 회장의 뒤를 이어 35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강신호 회장이 물러나고, 그의 4남인 강정석 부회장(53)이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강 신임 회장은 지난 47년 동안 유지해 온 제약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아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룹 회장이나 계열사 CEO는 아니지만, 보폭을 넓히며 수완을 발휘하는 3세도 많다.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전무(35)는 2015년 승진해 기획·재무 및 그룹 선박·해양영업 부문장을 함께 맡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34)는 지난해 승진해 구조조정과 생산성 개선 등을 이끌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 박세창 사장(42)도 지난해 전략경영실 사장을 맡아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47),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9),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45) 등은 경영 전면에 부상한 지 꽤 오래된 대표적 3세 기업인으로 꼽힌다.

◆“능력과 리더십 보여줘야”

재계에선 3세 오너 기업인들이 부상하면서 젊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열정과 패기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재계 전반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부닥쳐야 할 도전과 과제도 많다.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부터 극복해야 한다. 2세 기업인만 해도 창업주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업을 함께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3세들은 단순히 창업주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승진한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어서다.

복잡한 대내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 및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다시 기업을 뛰게 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에 따른 특검·탄핵 정국 속에서 반(反)기업 정서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일부 오너 3·4세의 갑질·폭행 논란으로 인해 젊은 기업인들이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분위기가 됐다”며 “3세들 스스로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줘야만 기업의 미래를 그리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