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보다 나은 '아우'들 많네
2002년 설립된 가치투자자문(설정액 1688억원)은 국내보다 해외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더 유명하다. 2년에 걸친 까다로운 실사 과정을 모두 통과해 회사 자금의 절반(약 800억원)가량을 미국의 한 헤지펀드와 대학기금에서 댔다.

수익률도 탄탄하다. 지난해 23.76%의 수익을 올리는 등 최근 3년간 37.1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박정구 대표는 “2015년 말 중국 정부의 반도체 분야 지원책 발표 이후 정보기술(IT) 장비와 소재주에 투자한 뒤 장기 보유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수익률 부진으로 침체에 빠지자 높은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문사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문사 상위 3개 업체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23.56%를 기록했다.

자문업계 신흥 강자로 떠오른 카이투자자문이 작년 24.59%의 수익을 올려 1위를 기록했고 가치투자자문(23.76%) 텍톤투자자문(22.35%)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32%)을 크게 웃돈 것은 물론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운용사 상위 세 곳의 평균 수익률(9.88%) 대비 두 배 이상이었다. 웬만한 공모펀드보다 큰 1000억~2000억원대 자금을 운용하면서도 연 20%대 수익률을 낸 것이다.

카이투자자문은 2015년 115.0%의 수익률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5~2016년 수익률이 139.59%에 달한다. 2015년 초 1000억원 이하였던 회사 설정액도 2341억원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수익률 상위 투자자문사의 비결은 ‘제대로 아는 기업에 투자한다’였다. 카이투자자문은 이른바 ‘발품’을 많이 파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투자 대상 회사에 많게는 한 달에 한 번, 적어도 분기에 한 번은 직접 방문한다. 문정식 카이투자자문 주식운용팀장은 “2~3년 뒤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치투자자문은 주가가 움직이는 변수를 대부분 예측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박정구 대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정책 이후 IT 장비·소재 수요가 늘어나는 건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며 “반대로 기업 규모가 커 여러 변수에 의해 주가가 움직일 여지가 있는 기업은 호재가 보여도 투자를 피한다”고 설명했다.

카이·가치·텍톤투자자문은 공통적으로 올해 ‘낙폭과대 중소형주’와 ‘IT 장비·소재주’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중소형주 부진으로 주가가 바닥을 친 뒤 조금씩 올라오는 기업을 담고 있다”며 “현금이나 유가증권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지주회사 등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자문사에 돈을 맡기는 고객은 최소 가입 금액이 1억~3억원가량인 ‘큰손’들이다. 대부분 ‘알아서 투자해달라’고 전적으로 자문사에 자금 운용을 맡기는 일임매매 방식으로 거래한다. 공모펀드에 비해 검증이 덜 된 투자자문사도 많아 투자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얼마나 오래 영업했는지, 투자 철학이 고수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