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더웠던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나의 눈길을 처음 사로잡은 것은 아름다운 유적지가 아니라 건물 옥상마다 있는 TV 안테나였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까지나 볼 수 있던 모양의 안테나로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음은 물론 마음 한편으로는 혹시 이탈리아 기술이 많이 발전하지 못해 저런 구식 안테나를 아직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전자파라는 개념도 공해로 인식돼 안테나, 와이파이(Wi-Fi), 대중 통신장치 등은 가능한 한 인체와 멀리 떨어진 높은 곳에 설치돼 있었다. 한국에서는 와이파이, 위성 안테나 등이 우리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가급적 떨어진 곳에 설치해 이용하고 있었다. 전자파는 대부분 전기장치의 가동, 특히 통신장치에서 배출되는 파장으로 구체적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연구자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다. 그러나 전자파라는 존재는 그에 대한 연구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삶에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통신, 기가 와이파이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삶을 편리하게 한다는 것을 내세우며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이런 기술이 진정으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시가 광역 와이파이를 통해 시내 전역을 IoT로 묶는 확산 서비스 평가회를 지난해 12월22일 열었다는 뉴스를 봤다. 삶이 빠르고 편리해지는 것도 좋지만 이런 첨단기술이 우리 자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너무 늦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원우 < 미원스페셜티케미칼 해외영업직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