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3대 복병…정치 포퓰리즘·보호무역주의·미국 금리인상"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국내 6대 경제연구원장들은 새해 경제의 ‘3대 복병’으로 ①국내 정치 불안과 대선 국면에서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등장 가능성 ②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③미국 금리인상을 꼽았다. 이들은 “위험이 실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계부채 대책과 외환보유액 확충 등 단기 위기관리 대책 수립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며 “구조개혁도 병행해 잠재성장률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 불확실성 크게 확대”

경제연구원장들은 올해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정치 불안’을 꼽았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탄핵 심판부터 차기 대통령 선거에 이르는 과정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은 극에 달할 것”이라며 “이것이 경제로 전이되면서 소비와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저성장 시대에 성장을 높이기 위해선 투자 중심으로 가야 하지만 차기 대선 후보들은 포퓰리즘 공약 제시에 경쟁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며 “경제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라고 했다.

대외 위험 중에선 미국 신정부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보호무역 확산 가능성을 가장 큰 악재로 봤다. 김준경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통상마찰과 환율 논쟁이 커지고 중국이 공격적인 대응에 나설 경우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이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과 함께 한국 금리의 동반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와 한계기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중국 경제 침체도 글로벌 영향이 클 수 있는 만큼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대응과 구조개혁 병행해야”

경제연구원장들은 대내외 리스크가 경제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160만명에 달하는 가계부채 한계가구에 대한 세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에 대비해 적극적이고 치밀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일본 등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대외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경제는 경제팀에 전담시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글로벌 경제환경 자체가 대격변을 겪고 있어 임기응변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며 “기업 구조조정부터 금융 노동 교육 공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지속해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려야 근본적인 위기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 요인도 적지 않아”

이들은 새해엔 기회 요인도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 원장은 “올해 미국은 2.2% 성장이 예상되고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 원자재 생산국도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며 “올해 세계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면서 한국 수출에 기회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과 관료들이 다시 뛸 수 있도록 기(氣)를 살려줘야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강 원장은 “매출 1000억원 이상의 국내 벤처기업이 10년 전보다 네 배 정도 늘어났다”며 “벤처기업을 잘 활용하면 한국 경제는 ‘속도’를 키워드로 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 원장은 “위기 상황에선 구조조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오히려 좋다”며 “올해 우리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 성공한다면 경제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김유미/심성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