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연말연시라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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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란 말은 진부해도 사실
모두 '좋다'고 믿고 노력하면 좋아져
'긍정 마인드'란 지방을 축적할 시기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
모두 '좋다'고 믿고 노력하면 좋아져
'긍정 마인드'란 지방을 축적할 시기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
![[다산 칼럼] 연말연시라도 행복하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AA.13052421.1.jpg)
그래도 어린 당시의 우리들에게는 행복한 시절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니 입학하기 전부터 ‘대입’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돌입해 마치 정해진 고단백 사료를 먹고 근육 마사지까지 받아 육질을 ‘제조’당하는 고베의 와규 같은 삶을 사는 불쌍한 작금의 초등생이 아니었다. 집에서 놀면 시끄러우니 밖에서 놀다오라고 부지깽이를 맞곤 했던, 당시 농가마다 한두 마리씩 볼 수 있던 누렁이처럼, 방목의 자유를 만끽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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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더 흘러 1980년대가 다가왔고 조금 살만해지면서 연말연시가 변색되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잊을 게 많아서인지 ‘망년회’란 이름으로 1차, 2차를 넘어 3차는 해야 귀가하곤 했다.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자 역시 괜히 기분이 붕떠서 잘하지도 못하는 술을 밤새도록 마시기도 했다. 시국 걱정은 있어도 취업 걱정은 없던 시절이었다. 길거리를 걸으면 여기저기 전파상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을 수 있었고 상점마다 크리스마스트리 하나씩은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TV에서는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라는 표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경제가 성장 면에서 정점에 다다르면서 말 그대로 흥청거리던 시절이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연말연시의 풍속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성장률이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가라앉고 사람들의 의식도 서구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흥청망청 분위기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저작권 문제에다 MP3 등장으로 카세트테이프와 CD가 없어지고 동네 전파상이 몰락하면서 더 이상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을 수 없게 됐다. 마치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의 주인공처럼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특별할 것 없는’ 연말연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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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마찬가지다. 모든 시장참여자가 경제는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이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경제는 좋아진다. 일종의 자기충족적 균형(self-fulfilling equilibrium)이다. 물론 앞서 본 교통체증 현상만큼이나 현실에서는 이를 스스로 달성하기 힘들다. 모든 기업이 몸조심을 한다는 기대 하에서 특정 기업이 공격적으로 투자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조정실패(coordination failure)’라고 부른다.
연말이다.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다. 시국이 아니더라도 연말연시 분위기는 우리 경제만큼이나 가라앉아 있다. 연말이라도 행복하자. 대내외적으로 위협요인이 산재한 내년의 난관을 뚫기 위해 긍정적 마인드란 지방을 비축할 시기다.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