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가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야권의 잠룡이라는 이재명, 박원순, 정운찬 등이 진작부터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검토과제로 삼았고, 국민의당도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유승민 남경필 등 범여권 잠룡들도 재정여건이 전제되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각자 주장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내년 대선에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킬 사안이다.

기본소득이란 재산, 소득,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무차별 복지제도다. 각종 복지 대상자를 가려내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소요되는 만큼 아예 다양한 종류의 복지제도를 모두 없애버리는 조건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줘버리자는 일종의 복지행정 편의적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국가가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한다는 그럴싸한 간판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비용 측면에서 유토피아적 구상에 가깝고 도덕적 해이를 국가가 보상한다는 점에서 복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결정적 약점을 넘어서기 어렵다. 복지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공동체의 도덕적 의무감이지 국가에 대한 청구권 혹은 국가의 의무일 수 없다. 또 보편적 복지에는 보편적 세금이 수반돼야만 한다. 한데 국내 조세부담률은 북유럽의 절반 수준이고, 그나마 근로소득자의 절반은 아예 면세인 상황이다.

천문학적 재원은 역시 현실적 쟁점이다. 국민 1인당 월 25만원만 줘도 연 150조원이 든다. 또 무차별 지급이기에 기존 복지 수혜자인 저소득층은 오히려 불리해진다. 지난 6월 스위스의 기본소득안(성인 월 300만원)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반대 76.9%)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핀란드와 네덜란드가 내년부터 일부 시범가구를 정해 기본소득 실험에 들어가지만 전면 시행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기본소득은 일을 하든 안 하든 지급되므로 밀턴 프리드먼이 주창한 ‘음의 소득세’와도 거리가 멀다.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가뜩이나 추락하는 성장잠재력을 더욱 갉아먹게 되고 개개인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의 복지 뇌물은 갈수록 통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