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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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리소문 없이 해외 법인과 사무소들이 폐쇄됐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 8월 인도네시아 법인의 보유 지점 3곳 중 1곳을 정리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운영비용이 많이 드는 지점 대신 프랜차이즈 지점 형식의 갤러리 운영을 확대하기 위해 지점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실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1월 홍콩 법인을 청산했다. 2010년 5월 문을 열고 증권 매매·자문업을 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순손실 1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홍콩 법인은 설립 5년이 채 안돼 문을 닫았다.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해외 법인은 2011년 설립된 베이징 법인이다.

해외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해외 사무소도 폐쇄됐다.

IBK투자증권은 유일한 해외 사업장인 일본 사무소를 지난 1월 철수했다. 2013년 9월 개소 당시 "선진 금융시장의 동향을 분석해 새로운 수요에 맞는 전문화 전략을 내놓겠다"는 포부를 전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일본 시장 조사·업무제휴 등의 역할이 축소돼 사무소를 닫았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한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미래에셋증권이 2008년 세운 영국 법인은 현재 휴면상태다. 2013년 6월 영국 금융당국에 면허를 반납했다. 회사 측은 "전략적 해외진출 전략에 따랐다"고 설명했지만 부진한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3월 결산인 영국법인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12억3500만원, 9억4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홍콩 법인의 순손실은 20억7700만원이다. 여기에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손익, 파생상품 변동손익 등을 더한 총포괄손실액은 140억3300만원이다. 미국 법인의 순손실액은 13억200만원, 총포괄손실금은 20억8300만원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영국 법인을 폐쇄하고 올해 1월 사무소를 개소했다. 영국 법인은 폐쇄 직전년도인 2014년에 8억6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총포괄손실액은 8억6500만원이었다.

해외 법인의 적자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중국 법인에서 10억700만원, 미국 법인에서 3억78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법인도 1억~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홍콩 법인은 68억34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잔혹사는 올해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19곳의 해외 점포 수는 2013년 84개에서 지난해 75개로 매해 감소했다. 2015년 NH투자증권이 영국과 싱가포르 법인을 청산했고,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도 각각 일본 도쿄 지점을 닫았다.

이같은 도미노 청산은 현지화에 실패한 것이 원인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사 기획실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현지 증권사 또는 해외 유명 증권사들에 비해 자본 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증권사들이 고객에 맞춰 어떤 서비스를 더 발전시킬지 고민한데 반해 국내 증권사는 중개 수수료 비용을 줄이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도 해외사와 비교하면 현저히 작은 수준"이라며 "현지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해외 진출의 성과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