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보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칭 ‘보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분당되면 국회는 ‘야당 천하’가 된다. 새누리당의 현재 의석수는 128석이다.

오는 27일 탈당해 ‘보수 신당’을 차리겠다는 새누리당 의원은 33명.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 의원은 95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의석수(300석)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다음달 중순께 귀국하겠다고 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에 따라 중립 성향 상당수 의원의 탈당도 예상된다.

비박 신당, 진짜 보수 외치며 경제는 좌클릭…야당과 '경제민주화' 손잡나
여권의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변화와 함께 어려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가 전체 16개 가운데 새누리당 몫이 8개에서 5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이진복 정무위원장,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위원장직을 넘기고 나가라고 요구하지만 탈당파들은 거부하고 있다. 의석이 줄어든 만큼 새누리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신당파들은 ‘33석+α’ 의석수가 예상되는 만큼 상임위원장 3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견해다.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방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등 6곳이 새누리당 의원 3분의 1선이 붕괴된다. 탈당파들은 안보는 보수, 경제·노동 분야는 개혁적으로 가겠다고 한 만큼 사안별로 다른 야당과 협조하면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경제 좌클릭’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탈당파 가운데 이혜훈 김세연 의원 등 상당수가 19대 국회 때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에서 활동했다. 유승민 의원과 이 의원 등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해왔다.

노동 관련 입법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기존 새누리당과 다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유 의원은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양극화, 불평등,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입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을 비롯해 상당수 탈당파 의원이 야당과 같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찬성해 와 관련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재위는 심재철 이종구 이혜훈 정병국 유승민 의원이 탈당하면 여당 7명, 야당 19명이 된다. 유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 활성화를 위해 기획재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골자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유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발의했다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로 입법이 좌절됐다. 유 의원은 지난 10월 야당 의원과 함께 이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새누리당은 분당 뒤 야당이 합심해 추진하는 법안에 제동을 걸 수단이 없다. 3분의 2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게 되는 야당이 힘을 합하면 국회선진화법은 ‘무용지물’이 된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의견이 엇갈려 처리가 늦어지는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통과시키려면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또는 전체 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은 ‘안건조정위원회 신청’을 통한 야당의 법안 처리를 저지하지 못하게 된다. 국회법 52조 2항엔 각 상임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벌일 수 없게 된다. 국회법 106조 2항엔 본회의에서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해야 한다.

홍영식 선임기자/박종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