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당 대통령 선거 출마를 포함한 현실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반 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뉴욕특파원들과 사무총장으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인들과의 연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엇 소용인지 저는 알 수가 없다”는 말로 기성 정치권을 질타했다.

반 총장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에 기여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고 대선 출마 여부에 확답하지 않았으나, 전례 없이 강한 수위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래 주요 발언 요약.

◆국민의 뜻이 중요…국가를 위해 한 몸 불사를 것

유엔 사무총장 역임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몸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귀국후 각계 국민들 만나서 말씀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다. 한국 공직자로서의 경험, 유엔 사무총장으로 경험 등을 살려서 이제는 세계에서 쌓은 경험을 한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모든 것은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미력한 힘이지만 어떤 계기가 되던지, 국가의 발전을,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면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쉬는게 어떠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의 건강이 받혀주는 한 국가를 위해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는 잘 모른다. 현재 서울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복잡하고 정치도 잘 모른다.

46년간을 외교 무대에서 지내왔다. 현재 고국이 처해 있는 어려움 감안하고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보조를 맞춰 가면서 안보도 확고히하고 경제 사회발전 하려면 국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민심은 국민의 좌절과 분노

귀국을 앞두고, 국내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서 참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촛불로 나타난 민심은 국민의 좌절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준 것에 대해 국제 사회가 우려하면서도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민주적 헌정 질서에 따라 문제를 극복해서 우뚝 서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각종 시련을 슬기와 단합으로 극복한 지혜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대내외적으로 도전 받는 상황에서 귀국해서 맘이 무겁다.

◆한국, 선정의 결핍과 그동안 쌓인 적폐가 드러나

국민들이 선정(good governance)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 느끼고 있다. 사회에 쌓였던 적폐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많은 개인적으로 요청을 해 오고 있는 것을 듣고 있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깊이 생각을 안 해 봤다.

우려와 실망감, 좌절감은 현재 정치를 하고 계신분에 대한 여러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러분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에 대한 ‘배신’ 비판은 정치적 공격이자 인격모독

저와 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정치적 배신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본다.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남의 신뢰가 없었다면 사무총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밑에서 일하기 전에 일체 관계가 없었다. 생면부지다. 저를 외교 보좌관으로 발탁하고 외교 장관까지 임명하고, 사무총장 되는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에 대해 배신 운운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다.

◆화합과 통합, 포용적 대화가 리더십의 요체

10년 하면서 많은 나라의 정상을 만났다. 그런 과정에서 성공한 지도자는 어떻게 성공했고 실패한 지도자는 왜 실패했는지 알게 됐다. 실패한 지도자에서 화도 내고 충정어린 충고도 했다.

지금도 제 말을 안 들어서 후회하는 지도자 있을 것이다. 이 분들에게 국민들의 염원과 고충을 진솔하게 소통하라고 얘기해왔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정파적, 계층적 이해 관계를 내려놓고 민족 전체, 더 바람직한 것은 글로벌한 기준을 보여줬면 좋겠다. 마지마그로 모든 이해 당사자와 포용적으로 대화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화합과 통합, 포용적 대화해야 진정한 지도력이 나온다. 리더십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없는 ‘친박-비박’이 무슨 소용인가

수백만 국민이 그들의 희망과 염원, 분노를 나타냈다고 본다. 정치 지도자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을 해서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4·19와 6월·광주민주항쟁도 거쳤다. 32년 군사독재도 거쳐서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부를 세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제도가 적폐가 쌓여있다. 이런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같이 진솔하게 검토해서 고쳐야 한다.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친박과 비박이 무슨 소용인가. 저는 제 자신을 낮추고 사적인 생활은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로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노력했다. 물론 능력 부족으로 다 성취하지는 못했다. 비판과 칭찬을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3번의 방북기회 무산…북핵 문제 진전없었던 것은 유감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유엔 사무총장 10년 하면서 북한을 방문해 북한 최고 당국자와 협의를 해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를 도모해서 통일로 가는 기반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노력했고 북한과의 채널도 유지해 가면서 얘기해 왔다. 3번에 걸친 방문기회가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인해 이뤄지지 못했다. 남북 관계를 보시면 이유를 잘 아실 것이다. 북한 당국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도 보지만 한국 출신이라는데 신경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당국이 한국 외교관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저와 접촉한 것은 사무총장으로서 존경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간 신분이 되면 어떤 역할이 될 수 있을지는.. 지금보다 제약이 있겠지만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북한, 더 늦기전에 변해야

누차 말씀 드리고 했지만 지금 현재와 같은 21세기에서 오직 북한 만이 핵개발하거나 탄도미사일 개발에 많은 자원을 쓰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현재 세계는 과학의 발전이나 통신의 발전에서 한 세상이 돼 있다. 유엔 안보리가 여러 차례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국제사회의 일관되고 단합된 목소리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이 더 늦기 전에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10년간 마라톤을 100미터 달리기 하듯 최선 다해

지난 10년간 마라톤 경기로 보면 100미터 뛰듯이 달렸다. 후임 사무총장에게도 인수인계 잘 하고 있고 퇴임 후에도 차분히 생각 가다듬고 국민께 감사 인사 드리고 폭넓게 의견 수렴하는 기회를 갖겠다.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지내면서 국가와 국민의 사랑과지지 잊은 적이 없다. 10년간 발전된 한국의 위상이 사무총장 직 수행하는데 큰 도움. 한국을 보고 대우하고 사무총장으로 대우하는데 도움이 됐다. 국민의 따듯한 성원이 아니었다면 10년에 걸친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대통령 예방, 탄핵결의로 불확실

이달말까지 임기를 마치고 잠시 생각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달 중순쯤 귀국할 예정이다. 날짜를 아직 잡지 않았다.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상 박근혜 대통령은 당연히 만나야 되는데 탄핵소추가 된 상황에서 총리에게 권한을 맡겼으니 황교안 권한대행을 예방하고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에 귀국신고를 할 것이다. 그전에 국립묘지에 가서 참배하고 아버님 산소와 어머님에게 귀국인사 드릴 것이다. 그 이후에 일정을 잡을 것이다.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들어보도록 노력할 것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