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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포스코·KT엔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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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병석 산업부장 chabs@hankyung.com
    [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포스코·KT엔 절호의 기회
    세상의 이목이 대통령 탄핵에 쏠려 있는 지금 산업계에선 중요한 인사 두 건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와 KT 회장 인사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다. 이들이 연임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회장을 뽑을지가 다음달 결정된다. 권 회장은 연임 도전을 선언한 상태이고, 황 회장도 조만간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포스코는 소위 굴뚝기업, KT는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국내 대표주자다. 그러나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뀐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정부가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지만 정권이 바뀌면 두 회사의 회장도 교체됐다. 일부 회장이 버티려고 했지만 이내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를 받고 결국 옷을 벗었다.

    정권이 전리품 취급해

    정권을 잡은 세력은 이 두 회사를 마치 전리품처럼 생각했다. 회장 인사뿐 아니라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검찰 공소장에 그 단면이 잘 드러나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은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포스코에 스포츠단을 창단하라고 요구하고, 계열 광고대행사를 강탈하려 했다. KT엔 자신의 측근 두 명을 광고업무 임원 등으로 낙하산 채용시킨 뒤 광고대행 계약을 곶감처럼 빼먹었다.

    연간 매출이 각각 50조원과 20조원이 넘는 멀쩡한 민간 기업이 이렇게 정권에 휘둘리는 건 비극이다. 두 회사는 매년 증권거래소로부터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된다. 2000년대 초 공기업에서 민영화될 때 뚜렷한 대주주 없이 지분이 골고루 분산됐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역대 정권은 포스코와 KT를 무주공산(無主空山) 취급했다. 힘을 가진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와 이권 챙기기에 경영진은 물론 사외이사들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두 회사의 회장 교체 때마다 청와대 낙점설, 정권 실세 외압설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이런 슬픈 역사가 두 회사의 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권력공백기 회장 잘 뽑아야

    포스코와 KT의 이번 회장 인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지금은 대통령 탄핵으로 사실상 권력 공백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있지만, 포스코와 KT 회장 인사에 개입할 명분도 실리도 없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두 회사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간 큰 공무원도 없을 것이다. 포스코와 KT엔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에 원칙과 룰(rule)대로 두 회사의 회장이 정해진다면 내년에 정권이 바뀌어도 그들은 버틸 수 있을 거다. 역대 어느 회장보다도 공명정대하게 선출됐다는 정당성을 방패로 갖게 되기 때문이다.

    열쇠는 두 회사의 사외이사들이 쥐고 있다. 포스코와 KT의 회장은 전적으로 사외이사들이 결정한다. 포스코 회장은 사외이사 6명만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KT 회장은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 1명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에서 뽑는다. 혹시 모를 외부의 입김을 사외이사들이 거부하고 규정대로만 하면 된다.

    두 회사의 사외이사들은 각 분야 전문가와 명망가들이다. 외부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포스코 6인, KT 7인의 사외이사 어깨에 대한민국 대표기업 두 곳의 ‘독립’이 달렸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차병석 산업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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