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탄핵 리스크 무시 못 해…정책 리더십 부재 가장 문제"

재계팀 = 기업 10곳 중 9곳은 정부나 경제연구소보다 내년 경제 상황을 더 어둡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연합뉴스가 국내 3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32곳을 상대로 내년도 경영환경 전망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21곳(65.6%)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0% 이상~2.5% 미만'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획재정부(3.0%), 국제통화기금(IMF·3.0%), 한국은행(2.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6%), 현대경제연구원(2.6%), 한국금융연구원(2.5%) 등의 전망보다 낮은 수치다.

다만, 이들 기관도 최근 경기흐름을 반영해 조만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장률이 '1.5% 이상~2.0%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9곳(28.1%)이었다.

조사 대상의 93.7%가 2%대 중반 성장도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2.5% 이상~3.0% 미만'이라고 답한 기업은 2곳(6.3%)에 불과했다.

주요 경제기관의 분석과 달리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더 차갑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내년 상반기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외경제 여건도 어려워지고 있다.

조사에 응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제기관 등의 전망은 최순실 사태와 연말 탄핵 정국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로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내년 기업 경영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고립주의 확산'(16곳·45.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부분이 수출로 먹고사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위협요인이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과 정부 공백 상황'(9곳·25.7%)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기업들은 국내 정치 혼란을 중국 경기의 완만한 둔화(4곳·11.4%), 내수 침체(3곳·8.6%),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3곳·8.6%)보다 더 위협으로 판단했다.

기업 19곳(52.8%)은 정책 리더십의 부재가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신성장동력 발굴 등 비전 제시의 무능(6곳·16.7%), 미온적 규제 개혁(5곳·13.9%), 해운·중공업 등 위기 업종에 대한 뒤늦은 대처(4곳·11.1%), 부동산 위주의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방치(2곳·5.6%))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문수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내부적인 리스크로는 정치적 혼란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출범과 더불어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경제사령탑이 제자리를 잡고 정치적 혼란에 따른 불안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주력 업종과 무관하게 내년 경영환경을 대체로 어둡게 봤다.

대부분 기업이 내년 구조조정이나 투자 동결 등 방어적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통과 석유화학만 투자·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유통기업 4곳 중 2곳과 석유화학 업체 5곳 중 2곳은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확대하겠다고 답했으며, 유통기업 4곳 중 3곳과 석유화학 업체 5곳 중 2곳은 내년에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세계 경제의 회복이 2018년 이후(19곳·59.4%)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다음은 2019년 이후(6곳·18.8%), 내년 하반기(6곳·18.8%), 내년 상반기(1곳·3.1%)로 집계됐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국으로는 중국이 23곳(71.9%)으로 가장 많았고 이는 업종별로 차이가 없었다.

미국(6곳·18.8%)이 그다음이었고 일본, 유럽, 국내 기업도 1곳씩 언급됐다.

정부에 바라는 경제 정책은 '과감한 규제 개혁'이 13곳(37.1%)으로 가장 많았는데 특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동반성장 관련 규제가 많은 유통업에서 이런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