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의 종언] 미국 금리인상에도 '동결' 선택한 한국은행…이주열 "불확실성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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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
금리 올리자니 가계부채·내수 위축 부담
"경기 등 경제상황 봐가며 대응" 신중론 펴
금리 올리자니 가계부채·내수 위축 부담
"경기 등 경제상황 봐가며 대응" 신중론 펴

◆급격한 자본 유출 없다지만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여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책금리를 연 0.5~0.75%로 0.25%포인트 올린 뒤 금융시장에선 한 차례 후폭풍이 일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그동안 높은 이자를 찾아 신흥국에 투자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는 급등세(원화가치 하락)로 출발했다.
이 총재는 “당장 급격한 자본 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대외건전성도 양호하다는 설명이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기준금리 결정은 경기와 물가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 미국 금리인상에도 '동결' 선택한 한국은행…이주열 "불확실성 더 커졌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AA.12996546.1.jpg)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가계부채가 문제다. 그는 최근 시중금리 상승세를 지적하며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저소득 저신용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8조8000억원 늘어나는 등 가계 빚 증가세는 여전했다.
금리 인상은커녕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내수 부진 탓에 내년 상반기쯤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관측해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재정과 함께 통화 완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 총재 또한 대통령 탄핵 등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소비자 심리가 위축돼 투자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 같은 국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들어설 새로운 미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 10월 (성장률) 전망보다는 하방 리스크(위험)가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내년 1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2.8%)를 다시 하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금리 인하 물 건너가나
그럼에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미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국내 금리를 낮추면 자금 이탈이 빨라질 수 있어서다. 현재 동결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세 차례 더 올리면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이 훼손되면 성장과 물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일부의 금리 인하론을 반박했다.
한은의 동결 기조가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내년 미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이른 3월에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한은의 고민이 줄어들었다”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이 급변할 경우 한은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사다. 이 총재는 “미국의 새 정부 정책 등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 경우 시장 안정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준비하는 채권시장안정화펀드에 대해서는 “2008년 사례처럼 펀드 재원은 기본적으로 금융기관 투자로 조성되는 것”이라며 “한은은 그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고 원칙론을 내세웠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