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도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에 따른 검찰 조사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로 곤욕을 치른 기업인들이 특별검사 조사에 이어 이젠 헌법재판소 심리까지 불려나갈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기업들은 정국 혼란으로 임원 인사나 투자계획 수립 등 본업(本業)은 손도 못 대고 있어 경영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9일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엔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아홉 명의 대기업 총수들 이름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는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에도 기업 총수들이 소환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31조에 따르면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사자 또는 증인을 신문(訊問)할 수 있다. 탄핵 심판의 경우 심리는 구두변론(제30조)을 하게 돼 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가 기업인을 소환해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기업인을 부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기업 총수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나간 데 이어 특검, 헌재 심리 등으로 내년 초까지 제대로 된 경영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를 맞게 돼서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그룹은 연말 인사 폭과 시기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기업 경영진이 사업계획을 다듬고 글로벌 전략을 짜야 할 시기인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변호사들과 대책 회의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돼 기업도 정상적인 경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창민/고윤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