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의 면담 요청에는 한 달째 묵묵부답인 중국이다. 김 대사는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과 한류 제한 조치와 관련, 중국 당국자에게 면담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야당 의원들과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측은 이번 만남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김 대사를 제치고 야당 의원들을 만난 것은 이들 역시 사드에 부정적인 데다 대통령 탄핵 후까지 대비한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행태는 커다란 외교적 결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 세무조사, 전기차 배터리 인증 지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온갖 수입규제와 한류 및 여행 제한 등 최근 중국은 전방위적 한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주중 대사의 공식 면담 요청은 무시한 채 사드 반대 주장을 들어줄 만한 한국 정치인만 골라 만나는 것은 성숙한 외교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야당의원들은 더 문제다. 평상시라면 의원외교 차원에서 이런 만남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양국 관계는 사드 문제로 극단적 긴장상태다. 게다가 지금은 일종의 비상시국이다. 이런 미묘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중국 외교부 관계자를 만난 것은 신중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린 것은 물론 국론 분열을 획책하려는 중국에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