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입] 제2외국어 '로또' 아랍어 선택 70%, 독어·불어는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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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 '묻지마 선택' 쏠림현상 심화
대학 개설학과는 5곳뿐…무의미한 응시
대학 개설학과는 5곳뿐…무의미한 응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7일 공개한 2017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자료를 보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9개 선택과목 가운데 ‘아랍어I’ 응시자가 71.1%에 달했다.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러시아어I 응시자(1.1%)가 가장 적었으며 전통적인 제2외국어 과목인 독일어I과 프랑스어I 응시자 비율도 1%대(각 1.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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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에게 아랍어는 ‘로또’로 통한다. “찍어도 5등급”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때문에 ‘일단 아랍어에 응시해 성적이 잘 나오면 탐구 영역 성적을 대체하면 된다’는 식의 노림수가 나온 것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실제로 아랍어 모든 문항에 2번 보기만 찍어도 원점수 10점, 5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다른 제2외국어 과목에서 똑같이 10점을 받을 경우 한문은 8등급,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는 7등급, 베트남어는 6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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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는 현행 선택형 수능이 도입된 2005학년도 시험부터 제2외국어 과목에 추가됐다. 낯선 언어인 탓에 첫해 응시자는 531명뿐이었다. 하지만 이후 ‘지원자도 적은데 조금만 공부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아랍어 응시자 수는 매년 폭증했다.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 측도 이러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이용상 수능분석실장은 전날 진행된 관련 브리핑에서 “지난해부터 ‘아랍어 로또’나 ‘찍어도 5등급’ 등의 보도가 있었고 학생들도 이왕이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자는 심리가 많이 작용해 아랍어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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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입장도 있다. 원론적 수준 언급을 넘어 수능 출제방식에 직접 개입해 문제를 풀자는 것이다. 오종운 이사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아랍어 ‘묻지마 선택’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제2외국어의 기형적 쏠림 현상을 피하고 올바른 학습이 이뤄지려면 영어처럼 제2외국어에도 절대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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