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룹 총수들은 하나같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자로서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강제성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사업 특혜나 총수 사면 등을 위해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집중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별개로 삼성이 최순실 씨 측을 지원한 데 대해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당시 최씨를 몰랐으며 작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총수들 "돈 내라는 청와대 요청 거절 힘든 게 현실…대가성 없었다"
◆“청와대 요청 거절 어려워”

그룹 총수들은 이날 청와대의 재단 출연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재단 출연의 대가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청와대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기업 처지에선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은) 반대급부를 요구하며 출연한 적은 없다”고 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가성이 아니라 (전경련 분담 비율에 따라) 기업별 할당액만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승마 지원 창피하고 후회”

이 부회장은 삼성이 최씨 측 승마 활동비 등으로 100억원 가까운 거액을 지원한 데 대해 “부적절한 지원이었다. 창피하고 후회된다”고 사과했다. 삼성이 그동안 승마협회 회장사 자격으로 송금했으며 최씨 측 ‘협박’도 있었다고 밝힌 것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지원 당시 최씨를 몰랐다”고 했다. 지원 배경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도마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의혹에 “합병 비율은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년 7월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에 대해선 “독대는 주주총회(작년 7월17일)가 끝나고 합병이 된 뒤의 일”이라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합병이 경영권 승계 목적이란 의혹에는 “승계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참고인으로 청문회에 나온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합병 반대 후 (한화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면세점 추가선정 대가성 없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전 돌려받은 일이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입찰과 ‘형제의 난’ 수사 관련 로비가 아니냐는 의혹에 “70억원 지원은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결정했다”면서도 “(로비와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2월 박 대통령과 독대 후 K스포츠재단이 80억원 추가 출연을 요청한 데 대해 “출연 계획이나 돈을 전달해달라는 방법이 부적절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면세점 관련 의혹에 대해선 “면세점은 (SK에선) 너무 작은 부분”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2014년 청와대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에 대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말이라며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며 “(그런 일은) 과거 군부정권 때나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강제 사퇴 배경에 대해 “임명권자 뜻으로 알고 사퇴했다. 배경은 모른다”고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