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6.3배다. 상하이증시(약 13.1배)의 2배를 넘는다. 그만큼 고평가됐다는 얘기다. 선전종합지수가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시행을 앞두고 지난 3년간 93.4%(지난달 말 기준)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겨냥한 단기 투자보다는 최소 1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시가총액이 큰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선전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 허용된 곳은 대형주 시장에서 267개, 중소형주 시장의 411개, 차이넥스트(창업 초기 기업부)에서 203개 등 총 881개 종목이다. 중소형주와 차이넥스트 기업 수가 대형주를 크게 앞지른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이 완숙미 넘치는 중견 배우라면 선강퉁은 떠오르는 신인과 같다”며 “연 20~30% 이상 성장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종목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영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53%를 점하는 상하이증시와 달리 민영기업 비율(69%)이 높은 점도 상대적 매력포인트다. 선전증시의 국영기업 비중은 전체 시총의 22%에 불과하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시선은 이미 선전증시를 향해 있다. 기관은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제도를 활용해 일정 한도에서 중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다. 이날 기준 국내 1~10위 중국 본토펀드(설정액 기준)의 선전증시 보유 비중은 45.0%. 연초 30% 초반에 불과했던 선전증시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내년엔 국내 펀드의 선전증시 보유 비중이 상하이증시를 앞지르는 등 중국 투자의 중심축이 선전으로 옮겨갈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외국인 기관투자가가 지분 1% 이상을 확보한 상장 종목은 선전거래소가 13곳, 상하이거래소는 1곳일 정도로 선전증시 투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다만 선강퉁 시행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후강퉁 시행 당시엔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등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으며 증시를 뒷받침했다. 당시 부동산시장 침체로 주식시장에 유동자금이 몰렸다는 점도 다르다. 백영숙 중국 자오상증권 한국법인 연구원은 “개인 투자 비중이 높아 현지 애널리스트들도 주가가 왜 오르고 빠지는지 모르는 일이 많다”며 “소문 또는 정책 변수에 따른 쏠림 현상을 경계해 분산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수·중산층 공략 기업 ‘관심’
한국경제신문이 중국 주식 중개업무를 많이 하는 국내 주요 9개 증권사에서 유망 선강퉁 주식 10개를 추천받은 결과 소형가전 1위 업체 메이디그룹이 7표(77.7%)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전자레인지, 전기 및 압력밥솥, 정수기 등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보이는 중국 최대 백색가전 업체다. 메이디그룹의 PER은 11.9배로 GE(31.3배) LG전자(43.6배) 일렉트로룩스(21.9배) 등 경쟁 관계인 글로벌 기업들보다 저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판 CGV’로 불리는 세계 1위 영화 체인 완다시네마는 5표(55.5%)를 받아 2위를 차지했다. 영화 체인뿐 아니라 ‘제작-1차 배급-2차 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영화 유통과정 중 2차 배급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와 주류업체 의빈오량액은 각각 선강퉁 추천종목 공동 3위(4표)를 차지했다.
증권사 추천 상위에 오른 기업은 중국 내 업종 대표주이자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급증하는 중산층이 주 고객이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중심 성장론을 꺼내든 중국 정부의 정책 흐름에 맞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보 투자자라면 업종 대표주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후강퉁 도입 후 상하이거래소 28개 업종의 시가총액 1~3위 평균 수익률(2014년 11월17일~지난달 29일)은 70.7%를 기록했다. 업종 대표주 수익률이 같은 기간 32.4% 오른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의 두 배를 넘었다. 업종별 1위 기업의 수익률은 93.0%다.
■ 선강퉁 어떻게 투자하나
선강퉁 거래 체계를 갖춘 증권사의 해외 증권매매 전용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거래 통화가 위안화이기 때문에 거래 전 환전을 하거나 외화계좌에 넣어둔 위안화를 이용해야 한다.
매매 주문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업점을 이용하면 된다. 주식을 살 때는 100주 단위, 팔 때는 한 주씩도 가능하다. 주식을 팔 때는 종목의 당일 가격제한폭(±10%) 안에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살 때는 현재가의 -3%보다 높고 당일 상한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가능하다. 체결일 후 2거래일 뒤에 결제된다. 거래 시간은 한국시간 기준 오전 10시30분~낮 12시30분과 오후 2~4시며 그 사이엔 휴장한다. 거래수수료는 국내보다 비싸다. 국내는 증권사에 따라 최저 0.01% 수준으로 낮지만 선강퉁 거래는 0.3%(온라인 거래 기준)가 붙는다. 양도소득세(차익의 22%)도 내야 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K-팝 콘서트가 개최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15분께 에스엠이 6.84% 급등한 11만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4.69%)를 비롯해 YG PLUS(3.57%)와 SM C&C(2.93%), 큐브엔터(2.09%), 하이브(1.67%) 등이 줄줄이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중국에서 한국 가수가 대거 참여하는 공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한령(限韓) 해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에스엠은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인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TME)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난 6월 말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버블 서비스를 내놓았다. 텐센트의 QQ뮤직 플랫폼 내 인앱 형태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향후 중국 사업 확대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엔터주는 최근 주가 부진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5년 만에 저점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대부분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근 엔터주의 하락세는 과도하다"며 "실적 또는 호재가 확인될 때마다 주요 엔터사의 주가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베어링자산운용은 15일 내년 세계 경제가 '골디락스'(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상태) 상태를 유지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베어링자산운용은 이날 발간한 '2026년 글로벌 거시 겅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고금리 영향으로 성장세가 일부 둔화하지만 경기 침체는 피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전망했다.베어링자산운용은 미국의 대형 생명보험사 매스뮤추얼의 자회사로, 4700억달러(약 692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한다.유럽은 통화정책 완화로 성장세를 지원하고 있고 중국은 재정 부양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세안과 중남미는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환경에서 베어링자산운용은 내년 투자 전략으로 '균형 잡힌 글로벌 분산'을 강조했다.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유럽과 신흥국 전반의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을 권고했다.인공지능(AI)을 비롯한 구조적 트렌드에 대응하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 필요성도 강조했다. 채권시장은 장기 금리 변동성과 신용등급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은 10년 전보다 신용등급이 개선되고 듀레이션이 짧아진 점에서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마틴 혼 글로벌 투자 공동 대표는 "정책 불확실성과 높은 밸류에이션 환경에서 다변화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라며 "스타일, 섹터, 지역 전반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고, 특히 유럽과 신흥국 자산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리 이코노미스트는 "AI 생태계 확장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