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는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미화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단체는 최근 시국을 감안한 듯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485개 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났음에도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려 했다”고 반발했다. 1948년 이승만 정부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한 데 대해서도 “교육부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며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농단에 놀아났다”고 주장했다.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으로 구성된 광복회도 이날 성명에서 “국정교과서가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평가절하하고 폄훼하는 몰역사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상당수 역사학자도 국정 역사교과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국정교과서 집필진 중 현대사를 전공하는 역사학자가 한 명도 없어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이런 수준의 교과서를 기술한 건 국격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만들 때부터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던 국정교과서는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다양한 교과서 집필진이 구성되지 않았고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명기하는 등 교총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다른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자유총연맹은 “교과서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고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해 논평할 수 없다”고 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단체로 국정교과서에 동조한 적이 없다”며 “공개된 국정교과서에 대해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마지혜/박상용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