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면서 보유 채권 잔액이 1년 6개월 새 17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채권 보유 잔액은 89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보유 채권 잔액이 90조원을 밑돈 것은 2013년 초반 이후 처음이다.

이 잔고는 2012년 12월 26일 처음으로 90조원을 돌파하고서 작년 6월에 106조원까지 불어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큰 손 투자자인 미국계 템플턴 펀드가 원화 채권을 꾸준히 내다 팔았고 최근 금리 급등에 다른 투자자들의 매도세까지 거세지면서 외국인 보유 잔고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외국인 채권 잔액은 작년 6월과 비교하면 16조5천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채권시장에선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그동안 원화 채권 투자에 나선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원화 채권을 팔고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7주 연속 원화 채권을 순상환하고선 재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눈높이가 다소 낮아진 데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우려감이 외국인의 채권 매도를 부추겼다"며 "외국인이 원화 채권 순상환을 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5.5% 뛰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은 전 세계 금리 상승 추세가 마무리된 이후에나 원화 채권 재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