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나선 김무성…보수·중도 '헤쳐모여' 시동
여권 잠룡인 남경필 경기지사의 새누리당 탈당에 이어 김무성 전 대표가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 대선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당 비주류 수장인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 이후 그를 포함,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질 경우 제3지대에서 대선주자 간 활발한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초 귀국한 뒤 새누리당으로 갈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제3지대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국가적 혼란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정치 인생의 마지막 꿈이었던 대선 출마의 꿈을 접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실패했지만, 대한민국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며 “합리적인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김 전 대표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와 새누리당 후속 탈당이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질지다.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간 연대설도 나온다. 부산 출신인 김 전 대표와 대구의 유 의원이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를 아우르는 연대로 영남권 후보를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김 전 대표가 내각제 개헌 이후 실권을 쥔 국무총리를 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다만 김 전 대표가 탈당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유 의원은 당에 남아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현 대표가 버티면서 김 전 대표와 상당수 비박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정두언·정문헌 전 의원 등 비박계 당협위원장 8명은 이날 탈당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탄핵의 국회 상정 시점을 탈당의 분수령으로 본다.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갈리면서 탈당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김 전 대표는 “한계점이 오면 보수의 몰락을 막기 위해 결단(탈당)할 수밖에 없고, 탄핵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선택도 주목된다. 반 총장 측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으로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 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간 연대론도 나온다. 비박계 일각에서도 탈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내 4당을 구성한 뒤 반 총장과 손을 잡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제3지대에서 각 세력들이 어느 정도 힘을 합할지도 관심이다. 넓게는 반 총장과 새누리당 탈당파, 안 전 대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제3지대에서 손을 잡는 이른바 ‘빅텐트론’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물론 정파별 주도권 싸움으로 연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론도 나온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내 반문(반문재인) 세력들까지 합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 내 개헌론자들인 김 전 대표와 박영선 의원 등 반문 세력들이 개헌에 부정적인 문 전 대표와 결별하고 김 전 대표, 손 전 고문 등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박 의원들이 탈당한다면 새누리당은 ‘친박당’이 된다. 반 총장이 다른 길을 걷는다면 새누리당은 유력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대선경쟁이 야(野)-야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