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 코엑스 2.5배 넓이의 대형 전시·컨벤션시설과 70층 업무빌딩, 특급호텔 등을 세우는 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은 한강변으로 자리를 옮기고 1만명 이상이 들어가는 실내체육관은 새로 건설된다.

서울시는 17개 기관·기업이 참여한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잠실운동장 일대 스포츠·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인프라 건립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접수해 심의에 들어갔다고 18일 발표했다. 사업비 2조4918억원 전액을 민간 사업자가 조달해 잠실운동장 인근 33만여㎡를 전시·컨벤션, 업무, 문화·스포츠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내용이 제안서에 담겼다.
무역협회·건설사·은행 17곳 뭉쳐 '제2 코엑스' 만든다
잠실운동장 일대 ‘마이스’ 명소로

서울시의 ‘서울 동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계획’에 맞춰 민간 사업자가 세부 개발 계획을 내놓은 만큼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 안팎의 분석이다. 서울시는 삼성동과 잠실동 일대를 잠실운동장,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코엑스 등이 연계된 글로벌 마이스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서울시 지역발전본부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와 민간투자 심의 등의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최초 사업 제안자인 만큼 정식 공모 때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엑스를 소유하고 있는 무역협회가 지분 51%를 갖는 무역협회 컨소시엄은 잠실운동장 일대에 ‘제2코엑스’를 지을 방침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전시면적은 6만4000㎡ 수준으로 홍콩(20만㎡), 싱가포르(24만㎡), 상하이(83만㎡) 등 아시아 다른 경쟁 도시에 비해 크게 뒤진다. 컨소시엄은 제2코엑스 건립을 위해 전시면적 12만㎡에 달하는 전시·컨벤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코엑스 전시면적(4만7000㎡)의 2.5배 규모다. 판매 및 상업시설을 포함하면 총 연면적이 30만여㎡에 달한다. 여의도 63빌딩(연면적 16만여㎡)의 두 배에 가깝다.

그 옆에 지상 70층 오피스 빌딩을 지어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컨벤션 참석자와 관광객 등이 묵을 수 있는 호텔도 들어선다. 특급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을 각각 600실 규모로 짓는다.

야구장은 한강변으로 옮겨 신축

1980년대 초중반 준공돼 시설이 낡은 잠실운동장 일대 체육시설도 대거 리모델링한다. 프로야구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 구단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은 철거한 뒤 한강변으로 옮겨 신축한다. 관중석 3만5000석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 야구장으로 짓는다. 잠실운동장 동측 실내 체육관도 철거 후 새로 짓는다. 1만1000석 규모의 관중석이 들어서 농구, 배구, 핸드볼 등 실내 구기종목 경기와 공연 등을 열 수 있다. 요트 70척을 계류할 수 있는 마리나(요트 정박장)와 수영장도 인근에 들어선다. 잠실운동장은 역사적 가치를 감안해 외형을 보존한 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리모델링은 서울시 예산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에는 무역협회 이외에 국내 주요 은행과 대형 건설사 등이 대거 참여했다. KDB인프라(10%), 산업은행(5%), KB자산운용(4%), 현대증권(3%), 국민은행(3%)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도 4%씩의 지분을 갖고 사업에 참여한다. 신세계조선호텔(0.5%)과 파르나스호텔(0.5%)은 호텔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2019년 착공해 2025년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준공 후에는 소유권을 서울시에 넘긴 상태에서 50년간 시설을 운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사업을 검토한 뒤 내년에 정식 사업자 모집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