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맥그래스 세계은행 인사담당 부총재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 국가에 뛰어난 인재가 많으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며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숀 맥그래스 세계은행 인사담당 부총재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 국가에 뛰어난 인재가 많으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며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한국은 훌륭한 교육 시스템 덕분에 경제를 기적처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숀 맥그래스 세계은행(WB) 인사담당(HR) 부총재(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한국이 우수한 인재들의 힘으로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한국 인재들의 도전정신과 창업가정신은 세계인들이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맥그래스 부총재는 기획재정부 주최로 지난 14~15일 서강대에서 열린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맥그래스 부총재는 한 국가에 뛰어난 인재가 많으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선 훌륭한 인재가 얼마나 많은지가 곧 국력의 척도”라며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하면 경제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덕분에 한국에서 훌륭한 인재가 많이 양성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맥그래스 부총재는 “70~80%대에 이르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압도하는 대단한 수치”라며 “한국 내에서는 자원의 낭비란 지적이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대학교육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B는 이번 채용설명회를 통해 한국인 정규직 직원 9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정규직 채용에 한국인 할당을 두는 건 처음이다. 교육·금융·ICT 전문가를 뽑을 예정이다. 맥그래스 부총재는 “한국은 특히 모바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채용된 직원은 개발도상국에 노하우를 전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그래스 부총재는 전문성, 영어구사능력, 협업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영어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동번영과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에 대한 열정, 국제기구 직원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높은 전문성, 무리 없이 다른 직원과 협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수 자질”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인사관리 정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업 리더(CEO)가 꼭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선 “많이 듣고 적게 말하는 ‘겸손함’”이라며 “직원들의 능력을 잘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용 형태와 관련해선 “정규직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우버 기사들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는 형태의 직업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 대해선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경험이 많은 근로자가 많은 돈을 받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유능한 인재들이 공무원이나 공사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현상에도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다면 그리 나쁜 현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고,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어 언제든지 사기업으로 옮겨 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