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로 미중 전략경쟁 격화…中, 北정권 흔들 고강도 제재에 미온적
채택돼도 문제는 '수위'…북한산 석탄수출 어디까지 제약할지 주목
미국 대선 결과 수위에 영향 관측도…"민생 예외 빈틈 채우는데 주력"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을 제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결의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6일부로 4차 핵실험 때의 '57일'을 넘어섰다.

지난 9월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6일까지 58일이 경과했지만 아직 안보리 제재 결의는 채택되지 않았다.

지난 1월 6일의 4차 핵실험 이후 57일만인 3월 3일(한국시간) 결의 2270호가 채택됐던 것에 비해 지연되는 상황이다.

2006년 10월의 제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총 5차례 이뤄진 북한 핵실험 사상 안보리 결의 채택까지 소요 기간에서 최장 기록을 깬 것이다.

1차 핵실험 때 5일, 2009년 2차 핵실험 때 18일, 2013년 3차 핵실험 때 23일이 각각 걸렸다.

외교 소식통은 5일 "미중간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미중간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또 다른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와의 추가 조율이 필요하기에 결의 채택까지는 적어도 1∼2주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미중 양국이 현지시간 8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결의의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차 핵실험 이래 8개월만에 이뤄진 5차 핵실험 후 즉시 안보리가 신규 제재 결의 채택을 추진한다는 '언론 성명'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조기에 제재 결의가 나오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결의 채택 지연의 본질적 원인은 결국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의 '전략 경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북핵 위협이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까지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일과의 공조 하에, 북한의 대 중국 석탄 수출을 제한하는 강력한 안보리 결의와 독자 제재로 김정은의 핵개발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이행하기 시작한 것이나 9월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기업 훙샹(鴻祥)을 제재한 일 등은 이런 기조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조이는 수준의 고강도 안보리 결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아래 '민생 목적'의 북한산 광물 교역까지 차단하는 데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첨예해진 미중간 경쟁 속에 북한이 가진 '전략적 효용성'에 대해 중국이 포기할 수 없다는 속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 대선 전후로 추가 도발을 하는 등의 변수가 있어야 안보리 결의가 결정적인 동력을 얻으리라는 전망까지 일각에서 거론되는 실정이다.

관측통들은 미중이 안보리 결의의 수위와 관련, 북한산 석탄 수출 물량을 일부 줄이는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 경우 제재가 나오더라도 과연 김정은의 핵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제재의 효과가 나오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미국 새 정부 대북정책이 수립되기까지의 6개월∼1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핵무기 실전배치를 향한 김정은의 질주를 막아야 하는 '시급성'에 비춰 '미지근한 제재'는 별 의미가 없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제재함으로써 북·중을 동시 압박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2차 제재) 카드가 미국에게 남아 있지만 그 경우 예상되는 미중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감안할 때 미국이 실제 사용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6일 "정부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하에 현재 유엔에서 논의중인 신규 안보리 결의에 북한의 최대 외화 소득원인 석탄 수출에 대한 통제 강화를 포함해 '민생 예외' 등 기존 안보리 결의의 빈틈(loophole)을 메우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현재 안보리 이사국간 결의안 문안에 대해서 진지하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결의 채택) 시기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