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피조사자 대통령이 일방적 임명"…박지원 "왜 국민의당을 강경하게 내모나"
박영선 "김병준, 3년전 우병우 장인 추도식서 추모사"
일부선 지도부에 "갈팡질팡 안돼"…"거국내각 빠져있다가 허찔려"


야권은 2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 국무총리로 내정하는 등 일부 개각을 단행하자 "거국내각으로 포장해 계속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꼼수"라며 강력 반발했다.

야권은 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국정운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제 야당도 강경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첫 거리 선전전을 진행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가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으로 하야·탄핵을 원하는 국민의 여론에 호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등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날 '깜짝' 개각 발표가 알려지자 민주당 의원총회장은 크게 술렁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거국내각'·'권한위임 총리' 등 사태 수습책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의원들은 대통령이 총리후보를 지명하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뒤통수를 맞았다", "국민에 선전포고를 한 것"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지금 조사를 받아야 하는 피조사자 신분이다.

그런데 국민 정서에 맞지 않게 일방적으로 임명을 했다"면서 "이런 일방통행을 하고서 받으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했으니 대응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온건한 국민의당을 자꾸 강경한 국민의당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대통령의 개각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인사청문회 거부에 뜻을 모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자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도 인연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박영전 전 원내대표는 제기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우 전 수석 장인인 이상달 회장 추도식에 참석했던 분"이라며 2013년 7월 당시의 지역신문 보도 내용을 링크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 총리 지명자는 2013년 6월30일 이 회장의 5주기 추모식에 참석, 추도사에서 '2003년 당시 서슬 퍼렇든 정권초기 민원조사 과정에서 부당하다며 비서관에게 호통 치던 회장님의 기개를 잊을 수 없다.

항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챙기셨다.

이는 청렴결백하고 투명한 경영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우 전 수석은 형식적으로 사라진 것이고 뒤에서 영향력 행사를 하며 조종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하야·탄핵 투쟁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당론으로 당장 하야·탄핵을 주장할 수 없다면 이를 주장하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민주당 비공개 의총에서 이언주 의원은 "박 대통령의 하야는 이미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시국선언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책위' 회의에서는 천정배 위원장이 "절대 다수의 국민이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은 당장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은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에게 물어볼 때가 됐다"며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가 국기를 무너뜨리고 국정을 농단한 공동 정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거리를 뒀던 장외투쟁에도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날 여의도역 인근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물을 나눠주는 등 선전전을 벌이면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주말에 예정된 촛불집회에는 아직 당 차원에서는 참석하지 않고 있지만 개별 의원들의 참석은 막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당 지도부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국민에게 민주당의 입장을 알려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우 원내대표가 "흥분하면 안된다"고 하자 설훈 의원은 "지금은 흥분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설 의원은 "지금 박 대통령은 상의할 누군가가 또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 결국은 탄핵으로 가는 국면"이라며 "우리도 입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호중 의원도 "탄핵 국면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고, 김현미 의원도 "대형사건을 지켜보다 우리당이 오히려 놀랐다. 우왕좌왕하지 말고 통일된 전략을 보여야 한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경민 의원도 "당이 너무 판단이 느리고 방향성을 못잡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결국 대통령은 국정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우리끼리 거국내각 얘기를 하면서 김칫국을 마셨던 것 아닌가"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정현 박수윤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