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사업 특혜 없어…오히려 차은택이 CJ 비난" 주장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측근들이 대기업 '강제 모금'과 각종 특혜 사업에 개입했다는 논란 속에 CJ그룹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현 정부의 다양한 문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경에 최 씨 측근 차은택씨의 입김이나 지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하지만 CJ는 특혜 의혹이나 최 씨 측근 차은택 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오히려 차 씨가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차은택 전(前)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주도한 현 정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CJ는 수 조원의 돈을 쏟아 붓고 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문화 콘텐츠 기획·제작·판매·재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 청계천 문화창조벤처단지, 고양시 K-컬처밸리, 홍릉 문화창조아카데미 등 다양한 문화사업 거점을 국내 곳곳에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2014년∼2019년 6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인데 현 정권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전(前)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주도해왔다.

올해 초 상암동 CJ E&M 본사에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연 CJ는 고양시에 들어설 K-컬처밸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K-컬처밸리는 축구장 46개 크기의 땅에 한류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공연장·쇼핑몰·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CJ가 2017년까지 1조4천억원을 들여 지을 예정이다.

문제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 확대로 최 씨와 그 측근이 개입한 다양한 사업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면서 K-컬처밸리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지난해 CJ와 K-컬처밸리 조성 협약을 맺기 직전 K-컬처밸리 부지 일부에 영상 콘텐츠 산업시설을 포함한 가칭 '한류마루'를 건립하기로 했다가 이를 급하게 취소했다.

경기도는 또, 사업자 공모 조항에 외국인 투자 비율을 충족할 경우 50년간 공시지가의 1%에 땅을 빌려주는 내용을 포함했는데 CJ는 기본협약까지 마무리한 올해 6월에서야 싱가포르 투자회사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이달 중순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차은택 씨와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만난 날, K-컬처밸리 사업자로 CJ가 결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가 K-컬처밸리 우선협상대상자로 CJ E&M을 선정했다고 발표한 지난해 12월 29일은 박 대통령과 차 씨, 손 회장이 문화창조벤처 개소식에 함께 참석한 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CJ가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위해 다양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금을 쏟아붓고, 이 과정에서 '비선 실세' 가운데 한 명인 차은택 씨가 CJ에 사업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CJ는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위해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비선 실세'를 통한 구명 운동이나 특혜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CJ 관계자는 "K-컬처밸리는 2014년 11월 문체부에서 직접 연락을 받아 참여를 검토했던 사업"이라며 "당시 추진했던 동부산 테마파크 사업을 접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역량을 모으게 됐다"고 설명했다.

CJ는 2009년 부산도시공사와 협약을 맺고 기장군에서 관광단지 조성에 나섰지만 사업 재원 확보를 위한 상업시설 유치 방안 등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2014년 계약을 해지했다.

K-컬처밸리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사업인데다 당시 CJ만큼 문화 사업에 대한 역량과 경험이 많은 기업이 없었기 문에 문제가 된 '비선 실세'가 굳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 CJ의 설명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히려 지난해쯤 차 씨가 (CJ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극찬한 영화 '광해'를 배급해 '종북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은 점, CJ가 토론·개그 프로그램 등의 방송을 통해 야당 인사를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점을 고려하면 현 정권이나 '비선 실세'와 연결짓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