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대형 수산물 시장이 소주 회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경쟁사의 소주를 팔지 못하도록 내부 각서를 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회인 부산 어패류처리조합은 지난 8월 소주 '좋은데이'로 유명한 무학과 광고계약을 맺었다.

2년간 건물 입구의 LED 광고판에 무학 광고를 하는 명목이었지만, 실제 용처는 자갈치시장 건물 전기·배관 공사비와 조합원 지원금이었다.

상인회 측은 무학에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진로 소주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판매하지 않겠다며 횟집 업주 20여 명에게서 각서를 받았다.

부산의 소주 시장에서 상징성이 있는 자갈치시장에서 자사 소주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자 진로 측에서도 광고비 지원 용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상인회 측은 무학에 추가로 광고비를 요구했고, 광고 금액은 애초 2천만원에서 대폭 늘어난 1억원으로 책정됐다.

전기·배관 공사비 5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5천만원은 이번 여름 콜레라 파동 등으로 힘들었던 시장 2층 횟집 업주 20여 명에게 추석 연휴 전 몇백만 원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집행됐다.

상인회장인 김종진 부산 어패류처리조합장은 "시설 보수비를 급하게 마련하다 보니 무학에 협찬을 요청했다"며 "각서는 상인 동의를 받아 자체적으로 썼을 뿐 무학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학 측은 "자갈치시장은 '좋은데이'가 부산에서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줘 광고비와 시설관리보수 비용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광고비 용처에 대해 회사가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광고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상인회가 공사비 등으로 사용하고, 상인이 자발적으로 특정 제품 불매 각서를 썼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긴 힘들지만, 구체적으로 더 알아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