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에 사는 교민 김 모 씨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뉴델리로 오는 인도항공사 제트에어웨이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기내에서 "갤럭시 노트7은 발화위험이 있으니 전원을 꺼달라"는 안내 방송을 들었다.

갤럭시 노트7 이전 모델인 갤럭시 노트5를 사용하는 김 씨는 "그동안 인도에서 대표적인 한국 기업인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일종의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런 안내 방송을 들으니 옆 사람이나 승무원이 내 스마트폰을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이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7 발화와 이에 따른 단종 조치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년째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의 입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현지에서 나온다.

특히 3만 루피(50만원)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올해 10∼12월 시장점유율이 애플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시장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리지 마켓 리서치의 타룬 파탁 선임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10∼12월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년 대비 20∼25% 판매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파탁 애널리스트는 반면 애플의 판매는 늘어 이 기간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점유율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에는 삼성전자에 갤럭시 노트5뿐 아니라 갤럭시S6엣지+라는 대체재가 있었지만, 올해는 갤럭시 노트7을 대체할 제품이 삼성에 없다는 점을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꼽았다.

또 인도는 연중 가장 큰 명절인 디왈리가 10월 말 있는데 이때 중급 기기에서 고급 기기로 스마트폰을 바꾸려는 고객들을 상당 부분 잃게 된 점도 향후 미칠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애초 지난달 2일부터 인도에서 갤럭시노트 7을 판매하려 했으나 세계적으로 발화 사고가 이어지면서 출시가 연기되다가 최근 단종 조치로 출시가 무산됐다.

인도 민간항공국(DGCA)은 지난달 초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기내에서 갤럭시 노트7의 전원을 켜지 않도록 하라고 공지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7·S7엣지를 최근 인도 일간지 전면에 다시 광고하고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 VR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쇼룸을 뉴델리 시내에 마련하는 등 프리미엄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미 출시 6개월이 지난 갤럭시 S7·S7엣지로 최근 출시된 애플 아이폰7에 맞서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이코노믹타임스에 "소비자들은 플래그십 모델에서는 최고의 품질을 기대한다"면서 "지금과 같이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삼성 기기를 사기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