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와일드카드를 따낸 샌프란시스코는 2010·2012·2014시즌에 이어 짝수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2년 전처럼 기분 좋은 출발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012시즌 와일드카드로 포스트 시즌에 합류해 대권을 차지했다. 범가너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완봉승을 따냈던 게 시작이었다.
끝도 범가너였다. 그는 7차전까지 열린 월드시리즈에 세 차례나 등판해 홀로 2승 1세이브(2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43)를 따냈다. 1차전 선발승에 이어 5차전 완봉승을 거뒀다. 7차전에선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구원등판해 5이닝을 막아내며 철완을 과시했다.
저주를 깨뜨릴 절호의 기회는 지난 시즌 찾아왔다. 0.599의 승률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가을잔치에 진출했다. NLDS에서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격파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NLCS)에 진출했다. ‘염소의 저주’가 깨지리란 예언도 있었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서 2015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은 컵스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가 발목을 잡았다. 70년 전 쫓아냈던 염소 머피가 환생했다. 메츠의 다니엘 머피가 주인공이다. 정규시즌 130경기에서 홈런 14개에 그쳤던 그는 NLCS 네 경기 모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컵스를 침몰시켰다. 4차전에선 NLDS부터 이어진 포스트 시즌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6경기)을 달성하며 70년 만의 복수에 성공했다. 컵스가 자랑하던 선발진 존 레스터-제이크 아리에타-카일 헨드릭스 삼각편대는 맥없이 머피에게 격추됐다.
막차를 탄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트 시즌 진출팀 가운데 승률이 가장 낮다(0.537, 87승 75패). 팀 평균자책점(3.65)은 컵스(3.15)에 뒤처지는데, 특히 선발진 평균자책점(3.71)에서 큰 차이(컵스 2.96)를 보일 정도로 마운드 열세가 두드러진다. 팀 타율(0.258)만 근소 우위(컵스 0.256)다. 다만 올해가 짝수 해라는 점이 무기라면 무기다. 2년 전 가을도 막차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
최종전인 5차전까지 진행 될 경우 범가너가 사흘만 쉰 채 구원등판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컵스는 범가너를 만나기 전 어떻게든 승부를 결정지어야 대망을 이룰 수 있다.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컵스가 NLDS에서 승리할 확률을 64.1%로 예상했다.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단장은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시절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깼다. 그의 남은 목표는 하나다. ‘염소의 저주’를 지우는 것.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