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프랑스 마르세유로 떠나다…지중해 맞닿은 '유럽 문화수도'… 과거와 현재가 만난 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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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양식 대성당, 물의 궁전…그대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24㎞ 거대한 석회암 절벽…예술가들 영감 얻어
'몽테크리스토 백작' 배경된 이프성은 요새?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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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뜨린 마르세유 여행
마르세유는 지중해를 끼고 20㎞ 정도 뻗어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파리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며 많은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어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기도 했다. 연중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공원과 녹지가 많은 도시엔 수많은 요트와 어우러진 옛 항구(올드포트)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항구의 노을과 로맨틱한 야경은 그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답다.
마르세유를 생각하면 ‘파스티스(Pastis)’란 이름이 떠오른다. 초콜릿색 피부에 다부진 외모를 지닌 친구인 파스티스는 항상 자신이 마르세유 출신임을 강조했다. 이 친구 덕분에 식전주로 유명한 파스티스(Pastis)란 술도 접하게 됐다. 옛 항구 근처를 돌아보다가 아무 식당에 들어가 식전주로 파스티스 한 잔을 청했다. 얼음으로 채운 잔에 파스티스를 붓고 물을 섞으니 순식간에 뿌옇게 색깔이 변했다. 이 술에 들어 있는 ‘아나이스’란 허
도시를 상징하는 박물관과 유적지
마르세유 역에서 동북쪽으로 500m 정도 걸어가면 ‘물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롱샹 궁전(Palais Longchamp)에 닿는다. 1869년 건축가 에스페랑디유가 완성한 대리석 궁전으로 ‘뒤랑스 강의 여신’에게 바친 성이다. 19세기 마르세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심각한 물 부족을 겪던 시기에 뒤랑스 강과 도시를 연결하는 수로를 건설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마르세유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인 르 파니에 지역은 젊은 예술가들과 보보스족(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사람들)이 정착해 뉴타운으로 급부상한 곳이다. 마르세유에서 고풍스러운 거리와 상징적인 역사 건축물, 유적지, 전통 공예와 장인들의 아틀리에를 둘러볼 수 있다.
마르세유에서 살 만한 기념품은 사각형 모양의 사봉 드 마르세유 비누다. 올리브오일이 70% 이상 들어간 비누로 방부제나 향료 등을 넣지 않아 민감한 피부에도 좋다. 프로방스의 전통과자 나베트(navette)는 꼭 맛보는 것이 좋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고, 반죽에 오렌지 꽃물을 넣어 은은한 꽃 향이 퍼진다. 생각하니 길쭉한 배 모양의 과자를 먹으며 거닐던 바닷가의 향긋했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듯하다.
소설의 배경이 된 작은 섬으로
옛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섬까지 약 30분 걸린다. 멀어져 가는 마르세유의 모습과 지중해의 파란 바다를 감상하다 보면 금세 도착한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파도가 센 날은 배가 이프 섬에 정박하지 않는다. 날씨 운이 좋은 사람만 이 섬에 갈 수 있는 셈. 1529년 군사적인 목적으로 지은 이프 성은 소설에 묘사된 대로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험난한 철옹성처럼 보이진 않는다. 여행자의 눈에는 그저 평화롭고 아름다운 지중해의 낭만적인 성으로 다가올 뿐.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영화화됐을 때 마찬가지 이유로 촬영을 다른 곳에서 했다고 한다. 만약 이프 섬에 갈 수 없는 날이라면 프리울(Frioul) 섬에 가는 길에 이프 성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휴양지가 부럽지 않은 카시스
마르세유를 기점으로 남부 프랑스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 상품만 수십 가지에 달한다. 남프랑스의 유명 도시인 니스, 칸, 모나코, 에즈까지 다녀올 수 있는 10시간짜리 일일여행도 200달러 미만이면 예약할 수 있다. 그중 카시스(Cassis)는 여름이면 세계 유명 인사들이 찾고, 명품 브랜드 쇼가 열리는 세계적 휴양지인 생트로페(Saint Tropez)를 닮았다고 해서 ‘작은 생트로페’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마르세유에서 카시스까지는 버스나 기차로 약 30~50분 걸린다. 기차로 가면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번거로우니 렌터카나 택시를 타는 게 낫다. 마르세유에서 택시를 타면 약 20분 소요된다. 요금은 택시 편도가 40유로 정도고, 기차·버스는 1인당 6유로 정도 나온다.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작은 해안마을은 멋쟁이 휴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해안가를 한 구역 정도 벗어난 작은 골목들에는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골목 안을 걷다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아 소박한 남프랑스식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카시스 지방의 와인 한 병을 둘이서 비웠다.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근심이 없었다. 카시스에서 맛본 작은 여유와 평화로움은 바쁜 여행자의 마음을 잠시나마 포근하게 안아주기에 충분했다.
마르세유=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
여행메모
현지에서 교통 이동이 많다면 관광안내소에 들러 ‘마르세유 시티패스’를 사도록 하자. 시티패스를 사면 24시간 또는 48시간 동안 버스, 지하철, 트램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관광지 입장료 할인, 무료입장, 기념품 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유여행자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이프 섬을 비롯해 프리울 섬까지 가는 배도 시티패스가 있으면 무료다. 22유로부터 판다. 참고로 한 섬만 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10.5유로, 두 개 섬을 모두 돌아보려면 15.6유로이니 시티패스가 훨씬 경제적이다. marseille-tourisme.com
마르세유 추천 숙소는 뷰포트에 있는 3성급 호텔인 뉴호텔 마르세유(New Hotel Marseille)다. 깔끔한 객실과 편리한 위치가 장점.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4성급 뉴호텔 봄파흐(New Hotel bompard)는 정원이 아름답고 객실이 넓어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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