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 기준으로 삼는 국제 표준 원기.
1kg 기준으로 삼는 국제 표준 원기.
2년 뒤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질량에 대한 정의가 바뀐다. 현재 질량 측정은 1901년 마련된 기준을 사용한다.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원통 모양의 원기(原器)를 만들고 이를 1㎏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원기가 공기와 반응하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값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정확한 1㎏값을 아는 이가 없어진 셈이다. 국제도량형국(BIPM)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질량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오락가락하는 질량 기준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보유한 국가 질량 원기는 프랑스에 있는 1㎏짜리 국제 질량 원기를 본떠 만든다. 이 원기는 물 1L의 질량을 기준으로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원통형으로 백금 90%와 이리듐 10%의 합금으로 제작됐다. 세계 단위 기준을 총괄하는 국제도량형국은 각국이 오차가 생기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각국의 원기를 점검한다. 그런데 지난해 점검에서 한국의 국가 질량 원기는 국제 질량 원기보다 449㎍ 더 나가는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2012년 측정한 485㎍보다 36㎍ 줄어든 수치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수치가 오락가락하는 건 사용 과정에서 마모되거나 공기 중 수은 같은 이물질이 달라붙어 원기 질량이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질량은 국제적으로 함께 쓰는 7가지 기본 단위 중 유일하게 상수값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는 방식으로 정의된 것이다. 반면 다른 단위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1m는 빛이 진공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길이를 기준으로 정한다. 시간 역시 세슘 133 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을 1초로 정의했다.
'불변의 1㎏' 국제 기준 만든다
◆불변의 질량 기준 나온다

과학자들은 2018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불변의 질량 단위를 정의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상당수 국가는 질량의 정의를 ‘1㎏의 크기는 플랑크 상수가 ‘6.626068X×10-34 이 되는 값’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랑크 상수는 원자 단위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는 값이다.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와 원자 간의 힘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플랑크 상수를 정확히 구해야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등 표준 선진국은 ‘와트저울’이라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1㎏짜리 물체를 저울에 올려놓고 자석을 이용해 수평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뒤 이때 전자기력을 측정하면 1㎏에 해당하는 전자기력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이 수치를 물리학 방정식에 넣으면 플랑크 상수를 얻을 수 있다.

독일이 주도하는 국제컨소시엄에서는 원심분리기술을 이용해 ‘실리콘 원자 1조개가 모인 1㎏짜리 공’을 개발했다. 원자 개수로 질량을 표시하려는 시도다. ‘아보가드로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연구는 물질량인 몰(mol)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물론 질량 정의가 개정돼도 당장 일상생활이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국제 단위의 정의를 개정하는 이유는 기준이 시간에 따라 바뀌지 않도록 하고 한 번 정한 기준을 유지하자는 취지다.

◆2018년 네 가지 단위 새로 정의된다

2018년에는 전류와 온도, 물질량에 대한 정의도 바뀐다. 여기에는 과학에서 사용되는 절대 값이 바뀌지 않는 절대상수들이 사용된다. 질량이 플랑크 상수를 통해 새로 정의된다면 전류는 전자 하나의 전하량이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1암페어(A)는 ‘무한히 길고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m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일정한 힘이 생기게 하는 전류’라는 복잡한 정의를 갖고 있다. 새로 고려되는 정의는 이보다 간단하다. 흐르는 전자 개수만 측정하면 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