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어제 아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수장으로 총수 일가와 그룹 대소사는 물론 계열사 경영까지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 왔다. 그런 그가 롯데그룹 수사와 관련해 검찰 출석 몇 시간을 앞두고 생을 마감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부회장이 정말 불법을 저질렀는지, 아니면 억울해 생을 마감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의 죽음으로 총수 일가 비리를 덮으려 했는지, 개인적인 자괴감과 수치심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역시 불투명하다. 다만 마치 조폭 일망타진을 방불케 하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그를 허망한 죽음으로 몰아세웠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작부터 통상적인 수사로 보기 어려웠다. 검찰은 지난 6월 초 이래 500여명을 투입, 30여곳을 무차별 압수수색해 1t 트럭 수십 대 분량의 서류 등을 압수했다. 롯데 오너 일가와 경영자 30여명에 대해 무더기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특정 혐의에 대한 수사라기보다는 그룹 전체를 ‘손보는’ 식이었다. 그간 신영자 이사장과 전 계열사 사장이 구속되는 등 다소간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 회장 비리 등 핵심 혐의 입증은 지지부진해 수사는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수사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소문이 끊임없이 나도는 것도 그래서다.

어느 기업의 누구든, 위법행위를 했으면 마땅히 조사받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 잡듯한 투망식 수사는 곤란하다. 그룹 전체의 기업활동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검찰 스스로에도 부담이 되고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뿐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수사 관행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