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마케팅 파트너로 선택한 세계적인 블로거 '언박스테라피', "한국 기업들 제품 좋고 소비자와 소통도 잘해"
2014년 9월. 애플이 야심작 아이폰6를 내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폰6가 작은 압력에도 휘어진다”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쫙 퍼졌다. 정보기술(IT) 시장을 뒤흔든 애플의 ‘밴드게이트’였다. 이 영상을 찍은 사람은 경쟁사 직원도, IT 전문가도 아니었다. ‘언박스테라피’(사진)라 불리는 ‘블로거’였다. 이 영상은 약 6800만 클릭을 기록했다.

언박스테라피는 캐나다의 IT 블로거 루이스 힐센테거의 블로그 이름이다. 그는 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근 LG전자는 하반기 OLED TV 마케팅 파트너로 언박스테라피를 선택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캐나다에 있는 언박스테라피와 지난 24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언박스테라피는 원래 IT제품을 파는 가게 주인이었다. “각종 IT제품을 모아놓고 팔았어요. 팔 때 그냥 팔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기능 같은 걸 쉽고 자세히 설명해줬죠.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동영상으로 찍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밴드게이트’는 조카 덕에 발견했다. 조카가 아이폰6를 뒷주머니에 넣은 채로 스노보드를 타다가 넘어졌는데, 제품이 휘어졌다며 가져왔다. 유심히 관찰한 결과 뒷면 커버로 쓴 알루미늄이 약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애플은 대변인이 현황 파악을 위해 한 차례 연락했을 뿐 추가적인 항의는 하지 않았고, 대신 다음 모델인 아이폰6S에는 더 강한 소재를 썼다. 그는 “내가 만드는 동영상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은 물론 많은 IT기기의 리뷰를 쓴다. 삼성 갤럭시S7이 나왔을 때는 “한 시간 방수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몇 시간까지 되나 보자”며 16시간 동안 물에 담가놓기도 했다. 기기는 정상으로 작동했다. 그가 올리는 동영상들은 조회 건수가 평균 100만뷰 이상이다. 그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서도 쉽게 설명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저는 단순한 100만명이 아니라, IT에 열광하고 제품을 살 의지가 있는 100만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죠. 어느 광고도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갖지 못할 겁니다.”

LG가 OLED TV 마케팅 파트너로 언박스테라피를 선택한 것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의 영향력 때문이다. LG는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OLED TV 홍보영상의 온라인 유통을 그에게 맡겼다. 언박스테라피는 그만의 콘텐츠 유통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칠 정도로 멋진’이라고 표현할 때 ‘crazy’를 쓰는 것보다 ‘insane’을 쓰는 것이 더 많이 인터넷에서 퍼집니다. 수없이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온라인에 퍼뜨리면서 습득한 노하우죠.”

IT 전문가로서 한국 제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LG나 삼성 같은 한국 기업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 뿐 아니라 소비자와 소통하는 능력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중국 제품에 대해선 “중국은 제품은 비슷하게 만들지만 마케팅이나 소비자의 필요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을 따라잡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