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찾는 중견기업] "선진국 산업구조 주축은 중견·중소기업…해외로 눈 돌려 판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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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경쟁력 제고 위한 특별 좌담회
기업 규모로 편 가르는 건 지나치게 소모적
견실한 중견기업 많아지면 일자리 저절로 해결
글로벌 시장선 약자 보호식 접근법 안 통해
정부 산업정책도 성과에 중점 둬 투자 유도해야
사회=문희수 한경 논설위원
기업 규모로 편 가르는 건 지나치게 소모적
견실한 중견기업 많아지면 일자리 저절로 해결
글로벌 시장선 약자 보호식 접근법 안 통해
정부 산업정책도 성과에 중점 둬 투자 유도해야
사회=문희수 한경 논설위원

![[활로 찾는 중견기업] "선진국 산업구조 주축은 중견·중소기업…해외로 눈 돌려 판 키워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608/01.12191294.1.jpg)
▷주영섭 중소기업청장=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또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중견기업은 경제의 허리다. 선진국의 산업구조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주축이다. 그래서 정부는 중견기업 맞춤형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견기업 전용 R&D 지원책과 해외마케팅 지원정책 등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만큼 중견기업 육성에 신경 쓰고 있다.
▷사회=중견기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국내 중견기업은 2979개에 불과하지만 경제 기여도는 작지 않다. 중견기업은 지난해 89만명을 고용해 전체 고용의 7.3%를 담당했다. 중견기업의 총 매출은 483조원이며 전체 법인세의 4분의 1을 냈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은 줄었지만 연 매출 15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의 수출은 3.2% 증가했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업종별로 다르지만 매출 1500억원 이상인 기업이 중견기업에 해당한다. 매출 규모에 따라 기업이 달라진다. 샘표식품은 회사가 커지면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기업 규모로 많은 게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와 정책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2년 전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 특별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중견기업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줬다. 10년 한시법이다. 앞으로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채워나갈 일이 남았다. 중견기업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 청장=특별법 시행 이후 바뀌고 있다. 40여개 법령에 중견기업이라는 개념을 넣었다. 20여개 세제에서 중견기업 공제 구간을 신설했다. 하지만 아직 계류 중인 개정안과 법령이 많다. 국회가 좀 더 빨리 움직였으면 좋겠다.
▷사회=일각에서는 중소기업 정책과 중견기업 정책이 충돌할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주 청장=‘제로섬’ 게임은 갈등이 생긴다. 내수시장은 작다. 해외로 눈을 돌려 판을 키워야 한다. 제로섬 게임을 ‘윈윈’ 게임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엔 일부 중견기업의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소상공인들까지 해외로 나가려고 한다.
▷강 회장=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의 파이를 빼앗는 개념이 아니다. 산업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주체들이다. 얼마 전부터 대기업의 성공신화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그 틈을 중견기업이 채울 수 있다.
▷사회=중소기업으로 회귀하려는 ‘피터팬 신드롬’도 심각한 문제다.
▷강 회장=장애물 때문에 중소기업 시절을 그리워하는 중견기업인이 꽤 있다. 기업 규모로 편을 가르는 건 소모적이다. 윈윈해서 파이를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기업인들에게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성장해 대기업으로 진입하는 ‘희망의 사다리’다.
▷박 사장=샘표는 중견기업으로 크면서 기회가 많이 생겼다. 매출의 5%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마케팅에도 신경 쓴다. 마음 놓고 기업활동을 해서 대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 기업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
▷사회=중견기업 관련 정책의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강 회장=자동차 차체와 부품을 제조하는 신영 대표다. 10년 전만 해도 현대·기아자동차에만 공급했지만 지금은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5%도 채 안 된다. BMW 포드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우리 부품을 쓴다. R&D에 투자해 기술력을 키웠고, 해외에 나가 치열하게 살아남았다. 건실한 중견기업이 많아지면 수출과 일자리가 늘어난다. 새 제도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현존하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많은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
▷이 교수=산업정책은 특정 기업만 살려서는 안 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모두 잘 되는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중견기업을 중소기업처럼 지원하자는 게 아니다.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육성하자는 얘기다.
▷주 청장=기업의 활동영역이 글로벌 무대로 옮겨지면 가장 중요한 게 경쟁력을 갖추는 거다. 정부의 산업정책도 성과에 중점을 둬야 한다. 약자보호식 접근법은 글로벌 시대에선 통하지 않는다.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R&D 투자 비율이 매출의 6%를 넘는다. 우리 중견기업도 투자를 늘려야 한다.
▷사회=독일은 히든챔피언이 국가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주 청장=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뿐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다자간 협력체제가 잘 갖춰져야 한다. 이를테면 수출 중견기업이 힘들어하는 문제 중 하나가 해외 진출 시 금융이다. 정부와 민간 간 역할 분담이 중요할 것 같다.
정리=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